금성의 비밀 한국이 푼다…국제 금성 관측 프로젝트 돌입
탐사선·지상망원경 활용 금성 동시 관측
정체불명 ‘미확인 흡수체’ 데이터 확보 목표
한국 연구진이 전 세계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금성 관측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금성이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으로 진화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행성대기 그룹 CI는 금성 대기 관측을 위한 국제 금성 관측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이 주도하고 일본, 스페인, 독일, 스위스, 러시아 등 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로 이뤄진다.
IBS 연구진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금성 대기에 포함된 ‘미확인 흡수체’를 집중 분석할 계획이다. 미확인 흡수체는 근자외선부터 가시광선 일부를 흡수하는 물질로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금성 대기의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확인 흡수체의 정체를 알아낸다면 금성이 지구와 다른 환경의 행성으로 진화한 이유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행성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금성은 지구와 크기·질량이 비슷해 ‘쌍둥이 행성’이라고 불힌다.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시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금성은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으며 현재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행성이 됐다.
행성과학자들은 금성이 어떤 이유로 지구와 다른 환경을 가진 행성이 됐는지 조사해왔다. 옛 소련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베네라 계획을 통해 금성 대기 진입, 지표면 착륙을 성공시키며 탐사에 나섰다. 미국도 금성 궤도선인 파이어니어, 탐사선인 마젤란을 발사해 화성 지표와 대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러나 금성에 대한 자료가 쌓이면서 오히려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나고 있다.
이 CI는 앞서 이달 23일 서울 강남과학기술회관에서 진행한 과학아카데미 ‘금성 탐사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 “최근에는 원격 관측 기술이 발달하며 직접 금성에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현재 과학자들은 금성이 품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성의 대기는 두꺼운 구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름은 이산화황(SO₂)을 주성분으로 하는데 그 비율이 주기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현상이 관측됐다. 2008년 이후 이산화황의 비율이 급감했으나 2016년부터는 다시 빠르게 회복한 것이다. 이같은 구름 성분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는 화산 폭발, 미확인 흡수체의 존재가 꼽히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탐사선을 이용한 우주 관측과 지상망원경을 이용한 원격 관측을 동시에 활용해 미확인 흡수체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우주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발사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와 JAXA의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가 우주에서 관측하고 지구에서는 지상망원경을 활용한다.
원격 관측에는 이시구로 마사테루 서울대 교수 연구진이 참여하며 한국천문연구원의 보현산 망원경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 일본, 스페인, 독일, 스위스, 러시아가 참여를 확정했다. 관측은 베피콜롬보가 금성 궤도를 지나는 오는 9월 말 진행하는 만큼 참여 국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공동 관측은 모든 파장 영역에서 이뤄진다. 베피콜롬보와 아카츠키는 자외선 영역에서 금성이 반사하는 태양 빛을 관측하고 지상망원경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관측 데이터는 IBS 연구진이 종합해 분석한다.
이 CI는 “단일 임무로는 넓은 파장대에서 금성 대기를 동시에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번 임무를 통해 금성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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