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이겼으면 됐어!… 인천이 손에 잡히는 트로피를 노리는 이유
(베스트 일레븐=인천)
보통 경기가 끝난 후, 감독들은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복기하며 무엇을 잘했고 보완해야하는지를 복기한다. 더 나은 팀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과정으로 여긴다. 그런데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어찌 됐든 '결과'를 만든 것에만 의미를 뒀다. 그처럼 결과 지향적인 자세가 보기 나쁘지 않았다. 외려 인천에 새 역사를 안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줬다.
조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28일 저녁 7시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벌어진 2023 하나원큐 FA컵 8강 수원 삼성전에서 3-2로 승리했다. 멀티골을 몰아친 천성훈의 맹활약 덕에 한 골 차 역전승을 이뤄낼 수 있었으나, 수비 불안 때문에 먼저 실점하며 끌려가는 등 내용상으로는 꽤나 고전했던 승부였다.
흐름이 아슬아슬했기에 경기 후 문제점을 거론하는 취재진의 질문이 조 감독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조 감독은 오직 결과만을 언급했다. 물론 위험 지역에서 실수를 저질러 두 골을 빼앗긴 수비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 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어찌 됐던 목표를 달성한 경기라는 점에서 굳이 '제3자적 시각'에서 평론할 이유는 전혀 없던 경기였다. 그 목표는 바로 승리다.
조 감독은 경기 전에도 이런 자세였다. 가히 K리그1 경기를 치르는 듯한 멤버를 들고 나온 인천의 라인업을 본 김병수 수원 삼성 감독이 "조금 과하다"라는 개인 소견을 남겼을 때, 조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주어진 경기 일정이 어떠하든, 상대가 수원이 아니라 다른 팀이었다고 한들 '올인'하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소 K리그에서는 팀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상당히 꼼꼼하게 따지는 스타일인 조 감독인데도 이런 자세를 취하는 이유가 있다. FA컵에서 우승할 수만 있다면 과정상 문제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의 FA컵 우승 욕심은 꽤나 야심만만하다. 이날 수원전 영웅이었던 천성훈의 설명에 의하면, 조 감독은 동계 훈련 때 PPT까지 준비해 FA컵 우승이 이번 시즌의 진정한 목표라는 점을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제법 합리적으로 보인다. 호성적은 기록으로 남지만, 그 기록을 들춰봐야 와 닿는다. 하지만 트로피는 직관적이다. 한 눈에 얼마나 큰 성과를 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인천이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컵은 많지 않다. 2023시즌을 앞두고 스타급 선수를 대거 영입하며 제법 몸집을 불린 인천이라고 하나, 현실적으로 K리그1 우승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상 처음으로 나가는 AFC 챔피언스리그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중동 클럽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무대다.
조 감독은 "FA컵은 토너먼트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게다가 이번 시즌처럼 멤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시기를 살려야 한다. 언제 이런 시기가 다시 올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8년 전 FA컵 준우승을 이룬 적이 있기에 충분히 잠재성도 있다. 요컨대 힘을 어느 정도 키웠을 때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가져와야 한다는 게 조 감독의 생각이다. 어찌 보면 K리그1에서의 성적은 잔류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실제로 손에 잡히는 컵이었다.
조 감독이 구상하는 그림이 현실화한다면, 인천 팬들은 상위 그룹에 진출했던 지난해 이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004년 프로 첫 시즌을 치른 이래 인천은 그 어떤 트로피도 가져오지 못했다. 첫 우승 트로피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법이다. 조 감독이 노리는 트로피는 곧 역사이기도 한 만큼, 이번 시즌 인천은 역사에 도전하는 팀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인천은 은빛찬란한 FA컵 트로피를 숭의로 가져갈 수 있을까? 일단 준결승까지는 진출했다. 두 번의 고비가 더 남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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