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하나의 현상’이 된 클래식 스타 임윤찬, 루체른 심포니와 협연

이강은 2023. 6. 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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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한국 관객 다시 만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d단조 협연
세계 유수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의 ‘러브콜’ 쇄도
“크레이지(crazy), 크레이지…”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약 6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다시 오른 28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임윤찬이 스위스 명문 루체른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 후 앙코르 곡까지 마치자 1층 객석에 나란히 앉은 외국인 관객들은 갈채와 함께 “크레이지!(말도 안 되게 잘쳐!)”를 연발했다. 합창석까지 2000여 좌석에 좌석에 가득찬 관객 모두 비슷한 반응이었다. 엄청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지난해 6월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등을 놀라운 연주력으로 선보이며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하나의 현상’이 되가고 있는 클래식 스타의 위상을 확인한 자리였다. 세계 유명 공연장과 지휘자, 오케스트라의 초청이 잇따르고 있는 임윤찬은 지난해 말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독주회) 이후 올해 1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데뷔, 2월 일본 도쿄필하모닉(미하일 플레트뇨프 지휘), 5월 미국 뉴욕필하모닉(제임스 개피건 〃)과의 협연 등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이날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났다.

루체른 심포니(미하엘 잔데를링〃)가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끝내고 임윤찬이 등장한 순간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1층 객석 왼쪽 맨 앞줄 좌석 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있던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깜짝 놀라 일어나기도 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롯데콘서트홀 제공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는 모차르트(1756∼1791)의 피아노 협주곡 걸작 중 하나인 20번 d단조를 들려줬다. 오케스트라가 먼저 긴장감 가득한 합주로 분위기를 깔아주자 임윤찬은 독창적 해석을 곁들인 영롱한 타건으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곧 무대를 장악했다. 음악의 흐름에 어울리는 강약과 속도로 연주하며 모차르트가 음표에 담고자 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1악장 후반 카덴차(독주자가 반주 없이 기교를 최대한 발휘해 연주하도록 한 구간)에선 베토벤 버전으로 강렬한 연주를 선보여 관객은 물론 루체른 심포니 단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의 카덴차는 베토벤(1770∼1827), 훔멜(1778∼1837), 슈만(1810∼1856), 클라라 슈만(1819∼1896), 브람스(1833∼1897), 부조니(1866∼1924) 등이 각각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임윤찬은 3악장을 연주할 때도 베토벤 버전의 카덴차에 자신의 해석을 조금 덧대 연주했다고 한다. 객석에는 임윤찬의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오페라와 대규모 뮤지컬 극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오페라글라스(망원경)’를 들고 와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임윤찬이 곡의 절정까지 달리고 나서 마지막 타건과 함께 정지한 순간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객들은 환호성과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유명 아이돌 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임윤찬과 잔데를링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 꼭 껴안았고, 루체른 심포니 단원들은 임윤찬의 인기를 실감한 표정이었다. 임윤찬은 앙코르 곡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마지막 진혼곡)’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후에도 객석에서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악장은 임윤찬에게 한 곡 더 하길 권유했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많은 관객에게 친숙한 드보르자크의 ‘유머레스크’를 발랄하게 연주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두 번째 앙코르 곡이 끝나도 관객들이 계속 박수를 치자 임윤찬은 쑥스러운 듯 양팔 ‘X’자를 만들며 ‘그만하겠다’는 수신호와 함께 퇴장해 장내 웃음을 자아냈다. 임윤찬의 수신호를 보지 못한 악장과 단원들은 관객 박수가 계속 이어지자 그대로 앉아 있었고, 결국 무대 양쪽 출입문이 활짝 열린 뒤에야 퇴장 신호를 알아차리고 들어갔다. 
2부에선 루체른 심포니가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유려한 선율로 들려줬다. 연주 자체가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았지만 잔데를링의 지휘는 매끈했고 악단의 하모니도 좋았다. 임윤찬처럼 루체른 심포니가 선물한 두 개 앙코르곡도 훌륭했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는 가슴을 촉촉히 적셨다.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을 연주할 때는 잔데를링이 관객 박수와 호응을 이끌어내며 돌아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는 다음 달 2일 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선다. 임윤찬은 2023/24시즌 LA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뮌헨 필하모닉과의 협연과 네덜란드 로열콘세르트헤바우, 뉴욕 카네기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데뷔 리사이틀(독주회) 등이 예정돼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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