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 울리는 환상적 멜로디… 괴테 소설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이 남자의 클래식]

2023. 6. 29. 09: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테너는 소프라노를 뜨겁게 사랑하지만 결국 소프라노는 테너에게 배신당하고 바리톤의 욕심에 의해 죽게 된다.

하지만 이런 대부분의 오페라 서사와는 달리 여주인공이 아닌, 비련의 남자 주인공(테너)이 목숨을 희생하는 오페라도 있다.

소설이 출간된 지 38년 후인 1782년 독일의 작곡가 크로이처의 '샤를로트와 베르테르'를 필두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빈센트 푸시타의 '베르테르와 카를로타', 카를로 코치아의 '카를로타와 베르테르' 등 수많은 오페라로 재탄생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 남자의 클래식 -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파리에서 초연하고 싶었으나
내용 너무 우울해 허가 못받아
빈서 먼저 공연 후 파리 입성
프랑스 관객들도 엄청난 열광
미·영 등 세계적 레퍼토리로

테너는 소프라노를 뜨겁게 사랑하지만 결국 소프라노는 테너에게 배신당하고 바리톤의 욕심에 의해 죽게 된다. 일종의 ‘오페라 공식’이다. 물론 가볍고 희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오페라 부파(buffa)라는 장르도 있지만,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오페라에서 소프라노는 죽는다. 가장 아름답고 순결한, 간절히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여주인공을 희생시킴으로써 카타르시스를 극대화시키려는 작(곡)가의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대부분의 오페라 서사와는 달리 여주인공이 아닌, 비련의 남자 주인공(테너)이 목숨을 희생하는 오페라도 있다. 바로 오페라 ‘베르테르(Werther)’다.

소설이 탄생하기 2년 전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독일의 작은 도시 베츨라어(Wetzlar)의 고등법원에서 판사 시보로 근무한 적 있다. 당시 24세의 괴테는 친구 케스트너의 약혼녀인 샤를로트(Charlotte)라는 이름의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아픈 가슴앓이를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친구인 예루살렘도 자신의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게 되는데, 그는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스스로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괴테는 자신의 사랑으로 인한 상실감과 친구의 비극적인 사건을 결합시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탄생시켰다.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쳤고 거리에선 소설에서 베르테르가 입었던 푸른 코트와 노란 조끼를 걸친 남성들로 넘쳐났다. 유럽에선 수백여 명의 청년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베르테르 효과’를 일으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공전의 메가 히트작이 오페라화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소설이 출간된 지 38년 후인 1782년 독일의 작곡가 크로이처의 ‘샤를로트와 베르테르’를 필두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빈센트 푸시타의 ‘베르테르와 카를로타’, 카를로 코치아의 ‘카를로타와 베르테르’ 등 수많은 오페라로 재탄생됐다. 그중 지금까지도 무대에 오르며 가장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 프랑스의 작곡가 쥘 마스네(1842∼1912)의 오페라 ‘베르테르’다.

마스네는 오페라 ‘마농’ ‘타이스’로도 유명한 당대 프랑스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였다. 마스네는 1887년 오페라 ‘베르테르’를 완성하였고 파리에서 초연하고 싶었으나 오페라의 내용이 지나치게 우울하다는 이유로 공연 허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5년 뒤인 1892년 2월 빈 궁정 가극장에서 독일어 버전으로 초연됐고, 그 이듬해가 돼서야 파리 오페라 코믹 극장에서 프랑스어 버전으로 초연할 수 있었다. 189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초연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파리에서도 관객들은 열광했다.

원작에 비해 각색된 부분들이 있었지만 마스네의 심금을 울리는 환상적인 멜로디와 프랑스 특유의 감상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은 괴테의 원작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1894년 3월에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에서 같은 해 6월엔 런던의 코번트가든에서도 무대에 올려졌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유수의 오페라 하우스들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아리아 ‘왜 나를 깨우는가…’

오페라의 3막에서 베르테르가 부르는 노래로 오페라 ‘베르테르’ 중 가장 아름답고 유명한 아리아다. 여행에서 돌아온 베르테르는 샤를로트의 방에서 그녀가 결혼하기 전 그녀와 함께 즐겨 읽던 오시안(3세기 무렵 실존했던 시인) 시집을 발견한다. 베르테르는 시를 들추며 과거 샤를로트와 함께했던 아름다웠던 나날들을 떠올리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되어버린 처참한 현실 속에서 그녀와 함께 읽던 시를 격정적으로 노래한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