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형제' 첫 방송부터 꽉 찬 서사···정우가 훔친 소설 주인 배현성인가

현혜선 기자 2023. 6.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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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기적의 형제' 방송화면 캡처
[서울경제]

‘기적의 형제’가 첫 방송부터 쉴 틈 없이 꽉 찬 서사 속에 다양한 떡밥을 던지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정우가 훔친 소설이 들어있던 가방을 찾는 배현성의 엔딩에 긴장감까지 폭발했다.

29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첫 방송된 JTBC 새 수목드라마 ‘기적의 형제’(극본 김지우/연출 박찬홍)는 전국 유료 기준 시청률 3%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은 세찬 빗속에서 펼쳐진 한 소년(배현성)의 추격전 오프닝부터 소설을 손에 넣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동주(정우)와 그 소설이 담겨 있던 가방의 행방을 찾는 소년의 팽팽한 대립까지, 폭풍 전개를 선보였다. 특히 누군가에게 쫓기는 소년, 그의 가방 속에서 푸른빛을 내던 물건, 미투 영화감독 살인사건 등 곳곳에 뿌려진 다양한 떡밥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같이 사는 친구는 자신의 카드로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사라지고, 엄마(소희정)가 저지른 교통사고에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던 동주 최악의 날, 천둥 번개가 치고 한 소년이 자신의 차 위로 ‘쿵’하고 떨어졌다. 갑자기 벌어진 사고에 심장을 부여잡은 동주가 다급히 소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신원 파악도 안 되는 그 소년은 의식 불명에 빠졌다.

동주는 소년이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원고 하나를 발견했다. 단숨에 읽었을 정도로 몰입도가 끝내주는 천재적 소설이었다. 수없이 작가 공모에 떨어지고 생활고까지 겪던 동주는 그만 홧김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돈을 빌리러 재벌 대학 동기이자 출판사 사장인 명석(이기우)에게 갔다가, “재능 있는 건 알지만 당선 수준은 아니다”라는 그의 비아냥에 그만 가지고 있던 그 원고를 건넨 것.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당장 계약하자. 베스트셀러 만들어주겠다”는 명석의 제안이었다. 당장 돈이 급했던 동주는 악마의 손을 덜컥 잡았다.

두 달 후, 동주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 ‘신이 죽었다’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동주는 옥탑방 생활을 청산하고 명석의 출판사에서 마련해 준 스케일이 다른 집필실로 거처를 옮겼다. 엄마와 절친 용대(조복래)는 “떡잎부터 달랐던 베스트셀러 작가”라며 주변에 자랑하기 바빴다. 동주도 “주사위는 던져졌고 뒤돌아보지 말자”고 결심했다.

호사도 잠시, 소년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받고 불안해진 동주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은 것 같은데, 신기할 정도로 다친 곳도 없고, 뇌조직 손상도 없다는 소년이 이상했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식물인간 상태인 할머니가 누워있는 옆 병실로 사라지더니, 간병 중이던 딸에게 할머니가 전하라고 했다며 “다 이해하니 미안해하지 말아라. 고생시켜 미안했다”는 마음을 전한 것. 그리고 소년이 예고한 대로, 할머니는 곧 유명을 달리했다.

동주를 만난 소년의 행동 역시 이상했다. “교통사고 가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옆 병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묻는 동주의 손을 덥석 잡은 소년이 “누군 되고 누군 안되는 건가”라는 이해가 되지 없는 말만 되풀이한 것. 그리고는 되레 자신이 누구인지, 몇 살인지 아냐고 물었다. 동주에게 천만다행인 것인지, 소년은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하지만 동주가 원치 않는 건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가방 어딨냐?”고 다그치는 소년을 바라보는 동주의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가방에 있었던 원고로 신세를 탈바꿈한 동주에게 폭풍 전야의 위기가 닥쳤다.

또 다른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손에 화상 자국이 있는 의문의 남자가 미투 의혹과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영화감독 신경철(송재룡)의 입에 의도적으로 USB와 나뭇조각이 든 유리병을 넣고는 잔인하게 살해한 것. 그런데 이 의문의 남자는 서점을 장악한 동주의 소설에 관심을 보였다. 어떤 동요도 없이 책장을 넘기는 화상 자국의 손이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미스터리를 촉발했다.

여러 가지 사건이 펼쳐지는 와중에도 몰입도가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데는 정우의 힘이 컸다. 정우는 비정규직을 전전하지만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지닌 육동주를 주변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열혈 청년으로 그렸고, 시청자들에게 편하고, 친숙하게 다가가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없어도 있는 척 유식한 말을 폭풍처럼 늘어놓는 찌질함으로 틈새 웃음까지 잡았다. 박찬홍 감독이 인정한 “연기력 갑(甲)의 클래스”는 동주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며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는 가장 큰 공신이었다.

배현성의 세밀한 감정 연기도 돋보였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는 초능력이 있는 소년을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간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을 담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정우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티키타카는 코믹한 브로맨스 케미까지 만들어냈다. 정우와 배현성, 이 두 사람이 운명이 낳은 형제가 돼가는 과정에서 뿜어낼 연기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대한민국 드라마계 거장 콤비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저력은 ‘역시나’였다. 첫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박찬홍 감독은 “전작에서는 주로 현실에서 일어난 사회 문제에 대해서 많이 다뤘는데, 그러다 보니 주제가 묵직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경쾌한 방법을 사용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던 바. ‘영혼의 단짝’ 김지우 작가와 의기투합, 미스터리에 판타지를 절묘하게 배합해 드라마적 재미를 살려내며 의도를 실현했다. 그 안에서도 욕망을 자극 당해 선을 넘는 동주나 돈과 권력으로 열등감을 가리려는 명석 등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봤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진심을 들어준 소년의 특별한 능력은 앞으로 그가 고통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눈과 귀가 돼줄 기적의 여정을 기대케 했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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