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의 ‘박자 밀당’…명문 악단 리드하며 ‘폭풍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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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으로 시작한다.
이 곡은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모차르트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초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협주곡 20번이 끝나고 관객들의 환호 속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임윤찬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곤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마지막 진혼곡)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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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20번 등
다양한 형식·템포로 재정의하며
곡에 대한 경의·탐구정신 드러내
능수능란한 제스처에 관객 환호
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으로 시작한다. 오페라를 연상시킬 정도로 극적이고 강렬한 도입부가 파란만장한 모차르트의 생애를 스크린 위로 단숨에 끌어올린다. 이 곡은 당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모차르트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초연한 작품이기도 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루체른 심포니와의 협연에서 이 곡을 선택한 것은 ‘과거’의 전설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현재’ 자신의 음악을 관객 앞에 펼치겠다는 담대한 선언이었다.
그 의도는 통했다. 나아가 이날 임윤찬이 들려준 두 곡의 앙코르는 그가 가진 음악에 대한 경의와 탐구정신을 드러내며 천재 피아니스트의 빛나는 ‘미래’를 비췄다.
임윤찬은 리본 넥타이를 맨 채 무대에 뛰어들어온 등장부터 관객의 함성을 불러일으켰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은 비극적 느낌의 D단조로 시작해 경쾌하고 힘찬 D장조로 끝난다. 1악장에서 임윤찬은 처연하고 맑은 느낌의 음을 차분히 눌러나갔다. 초반은 역동적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피아노를 주도하는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카덴차(오케스트라 연주 없이 독주자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는 부분)에 들어서며 분위기가 급변, 이후 임윤찬은 적극적으로 오케스트라를 리드했다. 특유의 또랑또랑한 타건을 바탕으로 서정적인 2악장을 지나 3악장으로 곧장 내달리는 대목에선 속도감이 돋보였다. 독창적인 해석은 설득력이 있었다.
관객들의 환호성에 쭈뼛쭈뼛하던 ‘소년 음악도’는 불과 1년 사이 스위스 명문 오케스트라를 리드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성장해 있었다. 이날 공연은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처음으로 임윤찬이 국내 무대에서 해외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자리였다.
협주곡 20번이 끝나고 관객들의 환호 속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임윤찬은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곤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레퀴엠 중 ‘라크리모사’(마지막 진혼곡)를 연주했다. 피아노 하나로 오케스트라와 합창 성부를 함께 선사하는 이 곡에서 임윤찬의 음악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졌고, 그래서 숭고했다. 아울러 동경하는 과거 영웅들의 음악에 도달하겠다는 그의 열망과 야심이 엿보였다.
두 번째 앙코르 드보르자크 ‘유머레스크’는 무슨 곡을 치느냐 이상으로 어떻게 치느냐를 피아노 앞에서 고민하는 임윤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익숙하다 못해 뻔한 곡을 다양한 형식과 템포로 재정의해 나갔다. 흡사 재즈를 들려주듯 능수능란하게 박자를 ‘밀당’하는 임윤찬을 향해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날 관객들은 임윤찬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팔을 뻗으며 음을 마무리하거나 집중한 듯 고개를 흔드는 제스처는 임윤찬이 왜 ‘록스타’로 불리는지 실감케 했다. 첫 번째 앙코르 후 악장에게 한 곡 더 하겠다고 손짓하거나, 두 번째 앙코르 후 관객들에게 앙코르가 끝났다는 의미로 ‘엑스자’ 표시를 하는 ‘소년미’에 관객들은 경탄했다.
화사한 사운드를 지닌 루체른 심포니는 멘델스존의 곡과 잘 어울렸다. 다만 곡이 진행될수록 질서가 잡히지 않은 듯한 부분들이 나타났다. 본 공연 곡보다 앙코르로 연주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가 돋보였다. 브람스의 헝가리무곡 제5번에선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이 나서서 호응을 유도했다. 앞서 임윤찬의 연주로 흥이 오른 관객들은 연주에 맞춰 손뼉을 치며 공연을 즐겼다. 임윤찬과 루체른 심포니는 내달 2일 예술의전당에서 한 번 더 호흡을 맞춘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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