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9단 정종철의 따뜻한 집밥 이야기
능청스러운 웃음과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대한민국 코미디를 평정한 정종철이 살림남이 되어 돌아왔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정종철은 앞치마를 두르고 본격적으로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실패와 오류도 있었지만 애써 만든 음식을 가족들이 즐겁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더욱 요리에 매진했다.
요리를 하다 보니 힘들기도 하고 반찬 투정하는 아이들에게 상처받기도 했다. 좀 더 쉽고 빠르고 맛있게 요리할 방법을 찾고 싶었던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레시피를 연구했다. 그리고 이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요리 과정과 결과물을 매일 SNS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집안일과 육아로 인한 고단함과 즐거움 등 주부라면 한 번쯤 느꼈을 감정들까지 진솔하게 써 내려가며 SNS를 공감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팔로어는 금세 40만 명을 넘어섰고 '옥주부’라는 애칭으로 요리 분야 인플루언서 자리까지 꿰찼다.
그가 SNS에 공개하는 일상은 지극히 평범하다. 김치를 담그고, 청소기를 돌리고, 아이들과 쇼핑하는 보통 가정주부 모습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안일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반찬통에 날짜와 이름을 꼼꼼하게 적어 붙이는가 하면 페트병을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리해놓는다. 과거 '살림왕 옥주부’라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대구 손질하는 방법, 스테인리스 냄비 물때 제거법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살림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많은 사람이 직접 맛볼 수 있도록 밀키트 형식의 제품을 판매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리로 인해 집안 분위기를 회복하고 옥주부라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정종철. 과거에는 오직 가족을 위해 요리했다면, 지금은 옥주부이기에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좀 더 맛있고 쉬운 레시피를 연구한다. 그에게 음식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다.
요리하고, 영상 찍고, 편집하고. 가정주부, 요리사, 작가, 영화배우, 감독 등 많은 일을 하며 여러 가지 캐릭터로 살고 있어요. 하하.
거의 매일 SNS를 업데이트하는 것 같아요. 힘들진 않나요.
많은 분과 함께 레시피 고민을 하고, 맛집 정보도 공유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업로드하는 요리나 콘텐츠는 정확하고 트렌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 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콘텐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감수까지 해주는 쿡팀 멤버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옥주부’라는 애칭은 누가 만든 건가요.
팔로어분들이요. SNS에 업로드한 게시물을 보고 일상이 마치 주부 같다며 '옥주부’라고 부르시더라고요. 피드 대부분이 요리와 집안일, 가족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신 것 같아요.
팔로어들을 '내 사람들’이라고 불러요.
한때 목공에 빠져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했었어요. 그중 냄비 받침 만드는 사진을 보고 판매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이벤트처럼 딱 100개만 만들어 판매하겠다고 공지한 뒤 수량에 100을 입력해놓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모두 삭제돼 있는 거예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다시 100개를 입력해 판매했는데, 알고 보니 전날 모두 판매돼 0으로 뜬 거였더라고요. 한마디로 과주문된 거죠. 팔로어들에게 사실대로 전하고, 나중에 입력한 100개의 배송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기다려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처럼 SNS를 하면서 저를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이들을 좀 더 친근하고 따뜻하게 부르고 싶었고요. 가장 잘 어울리는 애칭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내 사람들’이라고 정하게 됐어요.
동료 개그맨도 인정하는 일등 요리사
그렇지 않아요. 아내 '빠삐(바비 인형이란 뜻의 애칭)’도 요리 고수예요. 제가 레시피에 따라 정석으로 요리하는 스타일이라면 빠삐는 자기만의 느낌과 손맛으로 음식을 완성해요. 뚝딱 만들어 먹어야 할 땐 빠삐가 요리하고, 일주일치 밑반찬을 미리 준비해야 할 때는 제가 담당하죠. 이렇게 가사를 효율적으로 분담하고 있어요.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빠삐가 해주는 게 제일 맛있어요. 반대로 빠삐는 제가 만들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가족을 위해 만들었던 요리는 무엇인가요.
등갈비김치찌개요. 어느 날 빠삐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내일 뭐 먹을까?"라고 물었는데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기억했다가 다음 날 아침에 등갈비를 넣어 김치찌개를 끓여줬더니 엄청 감동하면서 맛있게 먹었어요. 그 모습을 보는데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거예요. '요리로도 이렇게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재미를 붙이게 됐죠.
요리할 때 참고하는 책이나 유튜브가 있나요.
‘아하부장’과 '공격수셰프’ 채널이요. 전문 요리사가 아니다 보니 셰프의 레시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남자들이 만드는 요리가 궁금해서 찾아보고요. 신효섭 셰프와 함께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해요.
조미료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칠맛 내는 정도로 조금씩 활용하면 음식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같은 레시피를 여러 번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재료 넣고 빼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간을 찾게 되고, 그걸 다른 요리할 때 참고하면 되니까요.
요즘은 어떤 음식을 만드나요.
아이들이 거의 아침밥만 먹어요. 점심은 학교에서 먹으니 학원 가기 전에 간식처럼 먹을 수 있는 덮밥류의 간단한 요리를 합니다. 밑반찬은 막내가 도시락을 싸 가서 도시락 반찬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진미채볶음, 고추참치두부조림 등을 하고요. 냉장고에 항상 구비돼 있는 것은 장조림이에요. 저희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반찬이거든요. 식욕이 없을 때 입맛을 돋워주기도 하고요. 제철 재료를 활용해 겉절이나 파김치도 만들어놓습니다.
동료 개그맨들에게도 요리를 해준 적이 있나요.
개그맨 박준형 형과 오지헌은 저희 집에서 자주 밥을 먹어요. 뭐든 다 잘 먹는데 특히 간장게장을 좋아하더라고요. 가족들은 제가 요리하는 것에 익숙해졌는지 평소에는 조용히 먹고 특별히 맛있을 때만 반응해줘요(웃음).
본캐와 부캐를 넘나드는 만능 재주꾼
레시피를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분이 있는 반면, 제가 만든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저 역시 '내 음식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요. 마침 좋은 기회가 와서 밀키트 형식으로 제품을 팔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거예요. 맛있다는 후기를 보면 너무 신나고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제 진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판매되는 제품은 정말 깐깐한 테스트를 거친, 말 그대로 선택받은 것들이에요. 조금이라도 입맛에 안 맞으면 다시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하거든요. 옥주부푸드를 좋아하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돈가스요. 처음 선보인 제품이라 더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한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배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뜻깊어요. 소스인 맛간장과 빨간장도 제 요리의 베이스가 되는 양념이라 더욱 애착이 갑니다. 꼭 한번 드셔보셨으면 좋겠네요.
개그맨 정종철을 기다리는 팬들도 많아요.
무대 위에 선 정종철을 가장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개그 프로그램이 줄어들면서 개그맨이 설 자리가 많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유튜브나 SNS에 눈길이 가는 것 같고요. 저 역시 유튜브 '살림왕 옥주부’에 꾸준히 개그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인스타그램도 활용하는데, 오지헌과 함께한 '돈까스 내놔’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기도 했고요. 하지만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에 대한 갈증은 여전합니다. 좋은 기회로 불러주시길 기다리고 있어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요리 예능 프로그램이요. 이제는 본업이 요리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아 관련 분야의 프로그램에 욕심이 나네요(웃음). 개그 프로그램은 기본이고요.
개그맨, 요리사 이전에 좋은 아빠로도 유명하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과 건강이에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래, 즐겁게 살아가는 것보다 가치 있는 건 없으니까요. 저는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팍팍 밀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개그맨과 요리사 중 어떤 모습을 좋아하나요.
둘 다 좋아해요. 맛있는 요리를 해주며 항상 곁에 있는 것도, 무대에 서는 것도 모두 '아빠 정종철’이니까요.
#옥주부 #정종철 #집밥 #여성동아
사진제공 정종철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유투브 캡처
정세영 기자 sy28230@donga.com
Copyright © 여성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