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이번엔 美 양자컴퓨팅 업체와 협력…`자율주행` 초격차 노린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양자 컴퓨터 업체인 아이온큐와 협력해 '초고성능 자율주행차'를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안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삼성전자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반도체 개발 협력을 하기로 하는 등 정보기술(IT) 역량 강화에 전사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김정상 아이온큐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미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퀀텀코리아 2023' 행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현대차, GE 리서치 등과 양자 기술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대차와는 소재와 자율주행 분야 등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21년 9월 아이온큐에 72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양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로, 연산 처리 속도와 정확성이 소위 '슈퍼맨의 초능력'에 비유될 만큼 현존 기술력을 뛰어넘는다.
예를 들어 기존 컴퓨터는 비트 10개에 대한 경우의 수 1024가지를 각각 연산해야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중첩 기술로 이를 한 번에 연산해 최적의 값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동시에 다각도로 계산하기 때문에, 마치 사람이 직관적으로 물체를 인지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결과를 도출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IBM은 지난해 11월 433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오스프리'를 발표한 바 있다. 학계에선 300큐비트 양자 컴퓨터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보다 많을 것으로 평가한다.
김 교수는 "자율주행의 경우 사람·물체 등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지해야 하는데, 머신 러닝이나 인공지능(AI) 기술로 처리해야 하는 양이 많아 물리적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안전이 핵심인 만큼 트레이닝을 통한 인퍼런스(인지 단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양자 컴퓨터는 시간을 앞당기는 동시에 정확도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아이온큐는 양자 프로세서를 사용해 43가지 유형의 도로 표지판을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단계에서는 머신 러닝(기계 학습) 데이터를 현대차의 테스트 환경에 적용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기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평이 나온다.
한 예로 양사는 3D 물체를 감지하는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양자 기술을 개발해,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을 도로 표지판에서 보행자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양사가 진행 중인 협업·공동연구는 4건으로 양자 컴퓨팅 제품 개발과 생산·서비스 구축, 양자 머신러닝을 활용한 모델링 복잡성의 단순화 등이 해당된다.
양사는 소재 분야에서도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는 "자동차의 동력원이 화석연료에서 연료전지·배터리 등으로 전환되는 과정인 데, 새로운 화학 반응에 대해 잘 알려진 바가 없어 모델링하는 데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양자 컴퓨터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자율주행 분야, 아이온큐는 양자 솔루션 분야의 전문가가 많지만 서로의 영역을 잘 알지 못했다"며 "현대차가 2021년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면서 서로가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양자 기술 분야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양자 컴퓨팅에 대한 경제적 영향을 2035년 1조3000억달러(약 1700조원)로 예상했다. 한국 정부도 이번 퀀텀 코리아 행사와 맞물려 2035년까지 양자 기술과학에 민관 합동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미래 핵심 산업으로의 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글로벌 전반에서 양자 전문 인재는 매우 부족한 상황으로, 국내 시장은 더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아이온큐는 이번 행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문 인력 육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김 교수는 양자 기술을 2000년 전후의 인터넷과 최근 AI 시대를 거쳐 세대를 바꿀 핵심 기술력으로 꼽았다. 그는 양자 기술을 '슈퍼맨의 초능력'에 비유하면서 "슈퍼맨의 능력이 왜 생겨났는지 물음표를 단다면 복잡해지지만, 초능력 자체를 인정하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해진다"며 "인터넷 시대 전에는 월마트 등이 유통의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아마존이 유통 공룡이 됐다. 양자 기술도 업계 판도를 바꾸고 인류의 인생을 바꾸는 가능성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을 선점하고자 하는 진취적인 기업들이 국내외에 많다"며 "이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양자 솔루션 기술의 활용성을 높이는데 일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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