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쿵’ 이상한 두근거림…심장이 보내는 ‘부정맥’ 신호일까? [인터뷰]
|내과 전문의 박동혁 원장
|불규칙한 심장박동 느껴지면 심전도 검사 실시해야
|예방 위해 음주, 흡연 피하고 의심증상 나타나면 병원 찾아야
부정맥은 말 그대로 맥박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심장은 보통 1분에 50~100번을 규칙적으로 뛰는데, 심장박동이 분당 50회 미만으로 느리면 '서맥', 분당 100회 이상 비정상적으로 빠르면 '빈맥'이라 부른다. 부정맥은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만성 심장질환의 마지막 단계로도 나타나기도 한다. 내과 전문의 박동혁 원장(중랑연세내과)에게 부정맥에 대해 들어봤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 ‘부정맥’ 신호
부정맥은 한 가지 질환이 아니라 심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지는 다양한 유형을 통칭한 병명이다. 부정맥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조기 심장 박동'이다. 성인의 80~90%가 한 번쯤 경험하며, 가슴이 '쿵'하거나 심장이 건너뛰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발작성 빈맥'의 경우는 심장이 '쿵'하면서 갑자기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증상이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럼이나 흉통,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실성 빈맥'은 부정맥 가운데 가장 위험하며, 돌연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5분 이내 즉각적인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하기도 하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은 어지럼증이나 피곤함, 실신 등을 일으킨다. 서맥도 증상이 심각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박동혁 원장은 "근육이 수축하기 위해서는 전기가 발생해야 합니다. 근육으로 이뤄진 심장 역시 자발적으로 규칙적인 전기를 발생시키고 심장 전체로 신호를 전달하는 전도 체계가 있습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전기 자극 형성에 문제가 있거나 전기 신호의 전달에 문제가 있으면 부정맥이 발생합니다. 그 안에서 이상 위치에 따라 빈맥, 서맥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혼합되어 여러 부정맥 양태가 나타납니다"라며 부정맥 발생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부정맥은 심방과 심실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심장에 선천적 기형이 있거나 심근경색, 판막질환, 심근병증 등 다른 심장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표 증상은 가슴 두근거림…전조증상 없이 돌연사할 수도
부정맥은 단독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카페인, 술, 불충분한 수면 같은 환경적인 요인부터 호르몬 이상이나 다른 장기의 이상이 있을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나이가 들어 심장 근육에 섬유화가 일어나고 전기 신호에 오류가 생기면서 발생할 수 있다.
박 원장은 "70~80세 이상의 고령자 10명 중 1명이 심방세동이 있을 만큼 나이가 많을수록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정맥 진단이 많아짐에 따라 연령에 따라 유병률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연령이 부정맥의 강력한 발병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며 "노인이라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일찍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두근거림'이다.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두근거림이나 불쾌함을 느끼게 되고 혈액을 방출하는 심장 기능이 약화되면서 호흡곤란, 현기증,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심방세동은 흉부 압박감, 두근거림 등의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고 뚜렷한 자각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해 더욱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두근거림, 기운 없음, 어지럼증, 가슴 불편감, 호흡 곤란 같은 다양한 증상이 부정맥인 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
심전도 검사로 진단…정확한 검사 및 치료 중요
박동혁 원장은 부정맥 진단 시 '정확한 검사'와 '세심한 병력 청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확한 진단이 곧 치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맥 치료의 첫 단추는 '정확한 진단'에 있다"라고 강조한다. 부정맥은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해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라는 것.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통해 알아낸다. 그러나 부정맥 증상은 예고 없이 갑자기 생기고 사라질 때가 많아 심전도 검사만으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다. 이때 진행하는 검사가 '홀터 심전도 검사'이다. 환자 몸에 심전도기를 부착해 24시간 내내 측정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한다.
"부정맥의 경우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무증상인 경우도 있어요. 장시간 연속적으로 심전도 상태를 관찰,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최근에는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나 맥박 측정기 등을 많이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부정맥이 심전도 촬영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보조적 진단기기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미 친숙한 기기인 스마트 워치 등을 통해 진단을 빨리 내리면 그만큼 대처가 빨라지죠. 빠른 대처를 통해 장기간 검사가 가능해지면 부정맥 진단율을 크게 높여 좋은 예후로 연결됩니다."
예방 위해 과도한 음주, 카페인 피해야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양하지만, 일단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증상을 조절하거나 심장리듬을 정상화하는 약물로 치료한다. 박동혁 원장은 "완치하기 어려운 부정맥이 있더라도 적절한 진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잘 보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약물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시술을 하기도 한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전극 도자를 놓고 70~100도의 열을 가해 태우는 시술이다. 빈맥 가운데 돌연사(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심장충격기'를 가슴에 넣는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이 생기면 기계 스스로 부정맥을 감별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주어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인공적으로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 등의 치료법이 활용된다.
한편,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나 카페인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과로나 스트레스도 부정맥을 유발하므로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해야 한다. 박동혁 원장 역시 "부정맥은 조기진단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합병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평소 몸이 보내는 증상에 귀 기울이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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