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은, 플랜C·플랜D도 준비해야 한다

윤예원 기자 2023. 6.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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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두 회사의 계열 LCC도 통합이 될 텐데, 이들 LCC에 모두 운수권을 주면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이들은 대한항공의 지붕 밑으로 들어가지만, 합병이 무산되면 각자도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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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안(플랜B)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합병 무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합병에 대한 결론이 3년 가까이 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는 손발이 묶였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서 여객 수요가 폭발해 다른 업체들은 앞다퉈 신기재 도입에 나섰지만,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올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두 회사는 운수권 배분에서도 밀리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알짜노선’인 몽골·중국·필리핀 신규 운수권을 하나도 배분받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운수권 배분 때도 제외됐다.

국토교통부는 두 회사가 경쟁에서 밀렸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합병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 두 회사의 계열 LCC도 통합이 될 텐데, 이들 LCC에 모두 운수권을 주면 비효율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합병 이슈로 다른 LCC만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몸집을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을 ‘없어질 회사’로 대하는 산은과 국토부의 영향이 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이들은 대한항공의 지붕 밑으로 들어가지만, 합병이 무산되면 각자도생해야 한다. 올 3월말 기준 부채 비율이 2013%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이 두 회사를 갖고 있기는 힘들다. 조직과 지원을 모두 줄이고,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이 수 개월이 걸릴지, 수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이 당국자에게는 찬밥 신세이지만,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고 있다. 에어서울은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풀며 올해 1분기에 94%의 탑승률을 기록했다. 에어부산이 올 1분기에 김포·인천발 운항편을 늘렸을 때도 다른 회사는 바짝 긴장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8부 능선을 넘었지만, 가장 까다로운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결정이 남았다. 대한항공은 법률 비용만 1000억원을 들이며 설득 중이지만, 남은 국가 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합병은 무산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강석훈 산은 회장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합병이 무산됐을 때를 대비해 플랜B뿐만 아니라 플랜C, 플랜D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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