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VS 노소영 이혼 재판, 치열한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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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건물에서 나가” VS 노소영 ‘자녀들 탄원서 제출’, ‘감정싸움’ 이혼소송 영향 미칠까
그 시작은 노소영 관장이었다. 언론 인터뷰와 보도 자료 등에서 최태원 회장의 동거녀인 김희영 티앤씨재단(T&C Foundation) 이사장에 대해 비판했고, 이에 최태원 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노 관장 측의 주장에 반발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듯했던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하지만 둘의 다툼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겨 이뤄지고 있다.
SK 측은 서린동 SK 본사 건물에 위치한 아트센터 나비 부동산을 내놓으라고 노 관장 측에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차계약이 끝났으니 공간을 비워달라고 한 것. 최 회장의 동거녀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노 관장. 자녀들의 탄원서를 이혼소송 담당 2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정확한 탄원서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서 이뤄진 노 관장 인터뷰 등을 고려할 때, 노 관장 측의 법적 대응 전략의 일환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혼외자 고백부터 대(對)여론전까지
사실 지난해 12월 1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물밑에서 조용하게 진행됐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뒤 맞소송을 냈다. 노 관장은 위자료로 3억원, 재산분할금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 50%(최근 기준 대략 1조원)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SK(주)의 주식은 특유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 보고 위자료 1억원과 현금 665억원만 인정한 것이다.
위자료 1억원은 이혼 재판치고 높은 금액이지만, 재산분할은 최 회장 소유 자산(주식 및 부동산 등) 중 1~2%대에 불과하다. 그러자 노 관장은 올해 1월 초,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분위기를 뒤집고자 했다. 최 회장의 혼외자 출산 등을 언급하며 ‘여성’으로서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최 회장의 상간녀로 알려진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 상당의 위자료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노 관장 측은 소장에서 “김 씨가 노 관장과 최 회장의 혼인 생활에 파탄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노 관장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금 30억원을 청구했다. 노 관장 측은 “김 씨의 부정행위 정도가 심하고 장기간에 걸쳐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 관장과의 결혼 생활이 2007년에 사실상 종료됐다고 주장한 것. 최 회장 측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언론을 상대로 최 회장의 입장을 밝혔는데, 최 회장은 이를 통해 “노 관장과의 결혼 생활이 완전한 파국을 맞은 것은 2005년에서 2007년 사이며, 노 관장이 최 회장은 물론 가사도우미, 운전기사, 자녀 등에게 충동적 행동을 해 공포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김희영 이사장을 만난 시점은 그보다 후이기 때문에 불륜이 아니었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설명이다.
‘김희영 이사장 상대로 30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최 회장 측은 소송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을 놓고 “대단히 왜곡된 사실”이라며 “재산분할 항소심을 앞두고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본격 ‘노소영 정리’ 들어간 최 회장
SK이노베이션 측은 소장에서 “4년 전에 임대차계약이 끝난 아트센터 나비 공간을 비워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센터 나비는 노 관장이 평소 “SK 본사 서린동 빌딩 4층에 위치한 아트센터 나비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 불모지였던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한 SK그룹의 문화적 자산”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던 곳이기도 하다.
노 관장 측과의 법적 다툼이 확대된 것이다. 2000년 12월 전신인 워커힐미술관을 계승해 재개관한 아트센터 나비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4층에 있다. 이 빌딩은 SK그룹 계열사가 대거 입주해 있는, 사실상 본사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양측이 벌이는 법정 공방 전선이 더욱 확대된 셈이다.
자녀들도 나서 ‘탄원서’ 제출
이들 남매가 낸 탄원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노 관장 측을 지지하는 내용일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노 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항소 이유에 대해 “1심 재판은 제겐 완전한 패소였다. 재판부가 최 회장의 입장을 거의 100% 받아줬다. 1심 판결문을 받아들고 나서 재판을 더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며 “딸과 함께 차를 타고 눈길을 운전하면서 ‘엄마 혼자 너무 힘드네. 여기서 멈출까’라고 물어봤다. ‘엄마, 그만하면 됐어’라는 말을 듣고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모든 마음을 꺾는 판결이었다. 그런데 딸이 ‘여기서 그만두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은 싫다’고 대답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도 부끄러움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소송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밝혔다.
최민정 씨가 ‘엄마인 노소영 관장의 입장’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 이유다. 최민정 씨는 재벌가 자제답지 않은 행보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재벌가로는 이례적으로 해군사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했다. 이후 2017년 해군 중위로 전역한 최 씨는 중국 투자회사 홍이투자(Hony Capital)에 입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업무 등의 경력을 쌓고, 2019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소영 관장의 달라진 전략은 1심 판결 후 소송대리인을 전면 교체하면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노 관장은 전주지방법원장과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한승 변호사 등 10여 명으로 변호인단을 꾸렸으나 현재 이들은 모두 물러났다. 이후 노 관장은 경제법·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히는 서정 변호사, 송성현 변호사와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지낸 김기정 변호사 등을 선임해 변호인단을 새로 구성했다.
고도의 재판부 선택 전략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초 이혼소송 사건 항소심은 서울고법 가사3-1부에 배당됐다. 하지만 노 관장은 재판장의 매제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고, 이에 서울고법 가사3-1부는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배당해달라고 요청했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재판부 친인척이 연관된 법무법인이 관련 사건을 수임할 경우 회피 신청을 하게 돼 있기 때문. 서초동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재판부 선택’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거액을 써가며 변호사를 선임해 ‘덜 불리하거나 더 유리할 것 같은’ 재판부로 사건을 배당하기 위한 전략이다.
노 관장의 ‘공격적 전략’
이혼 사건 재판부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판사는 “결국 이혼소송에서 유책 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묻는지, 재산 형성 기여도를 얼마나 인정하는지가 재산분할의 핵심 관건”이라며 “보통 일반 가정이라면 가정주부라고 하더라도 함께 만든 재산으로 보고 부동산 등 주요 자산의 상당 부분을 가정주부에게도 주지만 대기업의 경우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심 재판부는 “가사 노동 등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사업용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영자 내지 소유자와 별개의 인격체로서 독립해 존재하는 회사 기타 사업체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라는 사적인 분쟁에 좌우되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의 재산은 노 관장과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일군 재산이 아니라 최 회장 아버지 최종현 SK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으로 본 것이다.
앞선 판사는 “노 관장 입장에서 1심 재판부의 SK(주) 주식 특유재산 인정은 뒤집기 쉽지 않은 판단으로 보일 수 있다. 2심 시작에 앞서 여론을 활용한 재판부 압박 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이슈화하기 위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자녀들의 탄원서 제출도 진행한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낸 탄원서와 김희영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2심 재판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탄원서가 재산분할에 있어 특유재산 여부를 가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녀들이 부모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있겠나. 이혼 과정까지 가는 책임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지만 이미 1심에서 1억원이라는 위자료를 판결한 것은 ‘최 회장이 잘못 행동한 유책 배우자’라고 명시한 것과 다름없다”며 “탄원서에 이혼 과정에서 최 회장이 김희영 이사장과 저지른 불륜에 대해 적시돼 있고 이를 읽고 판사가 노 관장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더라도 특유재산 부분은 법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몫이기에 건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판사도 사람이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른다”며 “결국 그 약간의 가능성을 보고 노 관장 측은 모든 시도를 하고 있고, 이를 최 회장 측은 반발하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서울문화사 DB, 일요신문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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