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못 먹는 건 하나도 안넣었다…갓 쪄낸 '개 사료' 먹어봤더니 '쫄깃' [르포]
생고기 사용하고, 방부제는 넣지 않아
시니어, 고양이 사료 시장 성장 중
이달 21일 충남 공주시 정안면 하림펫푸드의 생산공장. 직원들은 반려동물이 사료를 보고 기뻐서 춤을 추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이곳을 '해피 댄스 스튜디오'라고 부른다.
2017년 4월 반려동물 사료 시장에 뛰어든 이 회사는 2021년 처음으로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366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사료 시장에서 잇따라 철수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이는 400억 원을 들여 만든 공장에서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는 원료를 사용한 사료의 등급)를 내세운 게 주효했다. 동물의 부산물 대신 생고기를 쓰고, 원료부터 합성보존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휴먼그레이드는 마케팅 용어인데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에 따르면 '사람이 먹지 않는 원료 하나라도 들어가면 이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돼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원료로만 만든다
이곳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주식인 건사료와 간식 등 총 600여 개의 상품가짓수(sku)를 월간 500톤가량 생산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인데 효율성만 따져서는 불가능한 전략이다.
전신 소독을 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공정은 자동화돼있어 사람이 직접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27명뿐이다. 사람은 사료 품질에 중요한 요소인 수분관리 등이 잘되는지 점검하고 배송을 위한 포장 정도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공장에서 만들고 있던 사료는 각각 팽화(부풀림)와 오븐에서 구워내는 방식의 제품이다. 사료 생산은 기계가 40여 개 원료를 자동계량하고 분쇄한 뒤 생고기와 균일하게 섞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에 수분을 첨가한 뒤 압력과 열을 이용해 만들면 팽화, 오븐에서 구워내면 오븐베이크드 방식이 된다. 일반 사료는 팽화 방식이 대부분인데 이 회사는 오븐 제품을 위해 국내 제과회사에서 사용하는 오븐기까지 들여왔다. 박한기 생산본부장은 "오븐을 이용하면 식감이 더 부드러워지고 반려동물이 먹었을 때 소화도 더 잘된다"고 설명했다.
오븐 기계 쪽으로 가니 확실히 열기가 느껴졌다. 계기판은 245도를, 실내 온도는 35.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잘 반죽된 원료에 쿠키를 찍어내듯 모양을 찍어낸 사료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수분을 날렸다. 이 기계에선 사료뿐 아니라 버거업체 버거킹에 납품하는 반려견용 과자 '독퍼'도 생산한다. 박 본부장은 "제품에 따라 온도와 가동 시간 등을 다르게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계가 만들지만 이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제품 맛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팽화 방식으로 갓 쪄낸 사료와 오븐으로 구운 사료를 먹어보니 둘 다 맛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식감은 확실히 달랐다. 건조하기 전 팽화 사료는 말랑말랑한 형태로 쫄깃했고, 오븐 사료는 쿠키 질감에 가까웠다. 건사료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김은경 마케팅팀 과장은 "기호를 높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고기 내장 기름 같은 향미제를 쓰지 않는다"며 "좋은 식재료를 쓰기 때문에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견도 같이 먹자... 먹거리 시장 고급화 추세
하림그룹 내 농장동물용 사료 회사의 노하우와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점, 해외에서 수입되는 사료와 달리 국내에서 바로 생산해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이 회사만의 강점이다.
이날 생산과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하림의 식품브랜드인 '더미식'과 협업한 반려견용 유니자장면을 비롯해 미역국, 볼로네제, 삼계탕 등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유니자장면의 경우 사람용 제품과 포장도 비슷해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이은아 마케팅팀장은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애처롭게 쳐다보는 반려동물의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반려견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콘셉트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사료 시장 규모는 약 8,000억 원으로 이 중 해외 브랜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늘고 또 반려동물이 오래 살면서 어린 동물과 노령 동물 사료 시장이 늘고 있다. 또 전보다 고양이를 기르는 반려인이 늘면서 고양이 사료 시장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 팀장은 "반려동물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주려는 반려인들의 요구가 늘고 있다"며 "그만큼 반려동물 먹거리 시장 경쟁은 치열하고 제품은 고급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분열된 과학자들, 국민은 혼란스럽다
- 월급 3분의 1이 '국민연금'으로… 2015년생 아이가 맞을 미래
- 김연아 "자녀는 피겨 안 시킬 것…이젠 살기 위해 운동" ('유퀴즈')
- "힘들게 여덟 살 됐는데, 왜 하나 빼요?"
- "의사 안 해도 되겠네" 20만 유튜버 조민, 동요 음원 발매
- "2년 전 이미"...(여자)아이들, 직접 밝힌 숙소 생활 청산 이유
- "마약 끊고 싶다" 가정주부 자수에 마약사범 무더기 검거
- [단독] 엉뚱한 회사에 공탁 걸어 '18억' 날린 고양시 공무원들
- 역대급 사업이라더니… 광주시, 복합쇼핑몰 유치 특혜 논란
- 사교육 이권 카르텔 깬다…정부, 전방위 파상 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