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인하 러시…오뚜기가 더 아픈 이유
아직 10%대 오뚜기…'해외 사업' 박차
국내 '라면 3사'(농심·삼양·오뚜기)가 일제히 라면 가격 인하를 예고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를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면서다. 향후 라면 3사의 실적에 대한 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농심, 삼양식품보다 오뚜기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제히 가격 인하
29일 업계에 따르면 라면 3사는 다음달부터 라면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다. '업계 1위'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각각 4.5%, 6.9% 각각 내린다. 삼양식품도 순차적으로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할 계획이다. 오뚜기도 스낵면, 참깨라면 등 라면류 15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낮추기로 했다.
이번 라면 가격 인하는 정부의 입김이 컸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업체들이 지난해 라면 값을 많이 올렸는데, 현재 밀 가격이 50% 안팎으로 하락했다"며 "밀 가격 인하에 따라 적정하게 내렸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업체들이 "밀가루 공급가격이 아직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정부는 제분 업체까지 압박해 밀가루 가격을 내리게 했다. 이후 라면 3사는 곧장 백기를 들었다.
이번 가격 인하로 업계 실적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밀가루 가격만 다소 인하됐을 뿐 인건비와 전기료 등 기타 부수 비용은 그대로라서다. 실제로 증권 업계도 라면 업체의 실적을 낮춰 잡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매출액 전망치가 180억원가량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도 기존 전망치 대비 2~3% 정도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선 '갓뚜기'지만…
다만 각 업체에 미칠 파장의 깊이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뚜기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가능성이 높다. 농심과 삼양식품에 비해 해외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서다. 현재 농심과 삼양식품의 라면 매출은 해외가 절반이 넘는다. 각각 지난해 기준 44%, 67%에 달한다. 국내 가격을 낮춰 손해를 보더라도 해외라는 '뒷배'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이번 가격 인하 품목에서 해외 매출이 높은 불닭볶음면은 제외했다. 국내 가격 인하에 따라 해외 가격도 낮추면 전체 매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 전체 연간 매출에서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농심도 현지 생산제품의 원가구조가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해외 상품의 가격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뚜기는 매출이 90%가 국내에서 나오는 내수 기업이다. 오뚜기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3264억원으로, 전년(2736억원) 대비 19.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10.3%에 불과하다. 오뚜기 측은 라면 의존도가 경쟁사에 비해 낮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내수 비중이 큰 것은 맞지만 현재 라면의 매출 비중은 30% 정도로 라면 가격 인하에 따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활 거는 오뚜기
오뚜기는 현재 해외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함 회장은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황성만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해외 시장 수요 예측"을 강조했다. 해외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달 1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해외투자법인 증자를 의결했다.
오뚜기는 현재 미국·베트남·뉴질랜드 등 3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이들을 거점으로 해외 매출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오뚜기는 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7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현지 맞춤 상품도 내놓고 있다. 주력은 진라면으로 대표되는 라면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BTS의 멤버 진을 진라면 모델로 발탁하는 등 진라면에 대한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 경쟁사에 비해 성장 속도가 아쉽다는 평이 많다. 진라면을 제외하면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히트 상품'이 없어서다. K-푸드 열풍으로 경쟁 라면 제품이 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해외 사업 확대는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인구 감소 등 국내 내수 시장의 어려움이 앞으로 가중될 가능성이 많아서다.
식품업계의 관계자는 "오뚜기가 국내 시장에서 라면, 건조식품, 소스 등 제품 다각화에 성공한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내수 의존도가 높아 원재료 가격 인상 등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라면 가격 인하 권고 등을 계기로 오뚜기의 해외 사업 확대에 더욱 빨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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