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환경·첨단기술 어우러진 아시안게임 개최지 항저우

이귀전 2023. 6. 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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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부터 19회 대회 개최… 친환경, 저탄소, 지속가능성 테마
시후, 징항대운하, 량주 고성 테마로 로봇마스코트 선정
알리바바, 지리자동차 등 빅테크기업 있는 대표적 IT도시
연꽃 형태 경기장, 우주선 본뜬 e스포츠 경기장… 전력 소모도 최소화
제19회 아시안게임이 중국 동부 저장성 항저우(杭州)에서 오는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개최가 1년 미뤄졌던 아시안게임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항저우를 개최 100일 전인 지난 15일 무렵에 다녀왔다. 오랜 역사와 자연 환경에 거기에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도시답게 항저우는 친환경, 저탄소,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대회를 준비했다.
항저우 시후는 면적이 6.5㎢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와 연꽃으로 유명하다.
6.5㎢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 시후(西湖)가 도심에 자리잡은 인구 1200만의 항저우는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소주와 항주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蘇杭)’는 말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새벽에도 광장무를 추거나 산책을 하는 이들로 붐비는 시후뿐 아니라 항저우와 베이징을 잇는 징항(京杭) 대운하, 량주(良渚) 고성 등 3개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항저우는 아시안게임 마스코트를 세계문화유산 3개를 형상화해 선정했다. 공식 마스코트 ‘충충(琮琮)’과 ‘롄롄(蓮蓮)’, ‘천천(宸宸)’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로봇이다. 충충은 항저우시에서 발견된 5000년 전의 신석기 시대 문화 량주 유적, 롄롄은 시후의 연꽃잎을 각각 상징하고, 천천은 베이징과 항저우를 잇는 징항 대운하에 놓인 다리 이름에서 따왔다.

3개의 마스코트는 ‘강남을 기억하다’라는 의미의 ‘장난이(江南憶)’라는 중국어 이름과 ‘똑똑한 세쌍둥이(Smart Triplets)’라는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장난이’라는 중국어 이름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 ‘이장난(憶江南)’에서 따왔다.

로봇을 마스코트로 삼은 것은 항저우가 중국의 대표적인 ‘IT(정보통신)도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알리바바 본사가 있고,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지리자동차도 자리 잡고 있다. 대회 슬로건도 ‘마음이 서로 통하면 미래가 열린다’는 의미로 ‘심심상융, @미래(心心相融, @未來)’이며, 영어로는 ‘Heart to Heart, @Future’다. 인터넷 기호 @을 사용해 IT 도시 항저우를 상징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 천천, 충충, 롄롄. 각각 항저우의 세계문화유산 징항 대운하, 량주 유적, 시후를 상징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중국이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하는 하계 아시안게임이다. 한국과 일본, 인도를 비롯해 총 45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며, 총 40개 종목·482개 경기가 펼쳐진다. 북한도 참가한다.

아시아게임 주경기장을 비롯해 주요 경기장들은 시후에서 차로 20여분쯤 떨어진 빈장(濱江)구 첸탕(錢塘)강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주경기장은 28개의 큰 꽃잎과 27개의 작은 꽃잎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조성됐다. 초여름 부터 피기 시작하는 시후의 연꽃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큰 연꽃’으로 불리는 주경기장 외에도 또 하나의 연꽃 외형을 가진 경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작은 연꽃’으로 불리는 테니스 경기장은 지붕이 회전식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설계돼 연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나타냈다.
28개의 큰 꽃잎과 27개의 작은 꽃잎을 형상화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중국에서 연꽃을 뜻하는 한자 ‘하’(荷)의 중국어 발음은 ‘허’로 ‘화’(和), ‘합’(合)과 발음이 같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의’와 ‘협력’을 다지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 경기장은 주최 측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곳 중 하나다.

경기장 외형은 우주선을 연상케해 야간에 조명이 커지면 실제 도심에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항저우 e스포츠센터 관계자는 “경기장은 미확인 비행물체의 이미지를 고려해 설계한 것으로 e스포츠 경기를 보여주는데 가장 적합한 디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선을 연상케하는 e스포츠 경기장 전경.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사각지대 없이 관중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경기장 내부 모습.
4500석의 관람석을 갖춘 경기장 내부 중앙 상단엔 8각형의 대형 화면이 있다. 동서남북 하나씩, 각 코너마다 하나씩 총 8개 스크린으로 이뤄진 게임 화면 면적만 총 220㎡다. 경기장 어디에서든 사각지대 없이 관중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경기장 유리창은 태양열에 따라 색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열 차단 기능을 갖고 있고, 좌석 밑에 특수 환풍구를 설치해 실내 공기 순환을 촉진해 전력 소모를 줄였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옆에는 나비 날개 모양을 형상화한 농구 경기장과 수영장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시후를 배경으로 한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양산백과 축영대의 스토리를 담았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의 영혼이 나비가 돼 하늘로 날아가는 이야기에서 본땄다.
다이빙 경기가 치러지는 경기장에서 중국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경기장 실내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램프 127개가 달렸다. 낮에는 지붕에 설치한 채광창에서 수집한 태양광을 실내로 끌어와 일상용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10만㎾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스쿼시 경기장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경기장은 기존에 있던 컨벤션센터 전시장 등의 공간을 활용해 불필요한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했다.

아시안게임은 항저우뿐 아니라 인근의 닝보, 원저우, 후저우, 사오싱, 진화 등 저장성 내 6개 도시 56개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신설 경기장은 12곳뿐이고, 나머지는 리모델링하거나 있는 경기장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효율을 높였다. 애초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기에 56개 전 경기장과 31개 훈련장은 지난해 3월 준비가 완료됐다.
항저우 시후는 면적이 6.5㎢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와 연꽃으로 유명하다.
첨단 기술의 도시 항저우를 알리기 위해 지리자동차의 자율주행차가 투입된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에서 선수촌까지 약 5㎞ 거리를 선수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오간다. 이를 위해 지리자동차는 고급차 브랜드 링크앤코·지커 등 브랜드 차량 2000여대를 공급한다.

항저우시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언론과 외교관,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항저우를 찾고 있다”면서 “2016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로 항저우를 전 세계에 알렸고, 이번 아시안게임은 항저우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글·사진 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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