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왜 일류 기업이 안되는가?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3. 6. 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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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강사와 교육

외부 대관을 하는 대기업 인재개발원 강사대기실에서 강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일 진행되는 교육과정은 총 5개였다. 신입사원 과정, 과장급 대상의 직무 교육들, 팀장 대상의 리더십 교육이었다. 1시부터 강의가 있어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다. 식당과 편의점은 붐볐고,

신입사원 입문 교육에 참석한 사원들의 생동감 있는 모습에 개발원이 활기가 넘쳐 있었다.

교육담당자가 식사 중이라 칸막이 형태의 강사 대기실로 안내되었다. 들어가니 2명의 강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 명은 더위에도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책을 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편안한 복장으로 마냥 서성인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이기에 빠르게 명함을 교환했다. 정장한 강사는 대기업 생산 공장의 생산운영부장이었다. 평상복을 입은 강사는 명함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생산부장은 과장 대상의 생산계획 수립과 5S강의를 위해 왔다고 한다. 대화 중 이 분야 강의는 많이 하지 않았지만, 생산 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많은 실적을 쌓은 전문가임을 알 수 있었다.

평상복의 강사는 신입사원 과정에 세일즈 강의를 하기 위해 왔다고 한다. 대화 도중, 무엇이 불만인지 화가 난 모습으로 연신 핸드폰을 보며 괜히 왔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말을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생산부장과 대화를 이어갔다. 복장과 대기하는 자세, 인사와 언행에서 신입사원들이 무엇을 배우며, 느낄까 걱정이 되었다. 교육담당이 들어와 강의를 위해 먼저 자리를 비웠다.

S그룹 직원 교육이 생각난다.

신입사원 교육은 23박 24일 합숙이었다. 6시부터 일과가 시작되어 끝나는 시간은 없다. 하루하루 철저하게 S인으로 변화시켜 간다. 중간에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도 한다. 엄격한 룰에 의해 진행되어 술이나 화투 등 놀음을 하면 그 자리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 화합과 경쟁이 과정 중에 녹여져 있고, 실력이 없으면 안되며, 지도 선배에 의한 관찰 평가까지 더해 회사 및 직무 배치에도 반영이 된다. 기존 직원도 마찬가지이다. 놀다 오겠다는 참석자는 없고, 부서장도 건강 유념하라는 부탁을 한다. 당일 일이 바빠 교육 참석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는 임직원은 없다.

인력개발원 들어가는 입구부터 차분한 마음이 된다. 교육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주변 동료들의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인력개발원에서 쉬겠다는 생각을 갖는 교육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절제된 교육담당자의 언행, 강사들의 높은 전문성과 바른 태도, 너무나 깔끔한 주변 환경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S그룹이 일류기업으로 우뚝 서있는 비결 아닐까?

일류 기업이 강조하는 것들

많은 학자들이 변화 혁신을 강조한다. 혁신은 가죽 혁(革) 새 신(新)으로, 가죽을 새 것으로 한다는 뜻이다. 사람이라면 피부를 벗겨내는 아픔과 고통이 수반된다. 인내해야 한다. 혁신을 이루는 기업들이 강조하는 많은 내용들이 있다.

S그룹이 변화 혁신을 위해 직원에게 강조하는 9가지 내용이다.

① 세계 초일류 수준과의 격차 제시

② 혁신 수준을 진단하고 일류 기업에 비해 약점이 무엇인가 제시

③ 외부 컨설팅을 통한 새로운 기준 제시

④ 경쟁업체에 비해 취약한 것을 구성원에게 공유

⑤ 고객만족과 회사 재무상태에 대한 공개

⑥ 업적 평가와 기업 전체 성과 공유

⑦ 회사의 문제점을 CEO가 솔직하게 공개

⑧ 근거 없는 낙관, 무조건 찬성하는 발언에 고위관리자도 제재

⑨ 항상 5~10년을 생각하게 한다.

S그룹의 혁신 내용을 살피면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차별화된 경쟁 원천으로 5~10년을 바라보며 의사결정과 실행을 하게 한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구호로 끝난다. 구체적인 목적이나 계획,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다. 이런 일이 수 없이 반복되면서 오죽하면 조직과 구성원이 ‘이 또한 지나간다’고 생각하며 실천하지 않는다.

한 동안 고 이건희 회장의 ‘처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란 말이 회자되었다. 당시, 이대로 하다가는 망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내가 만든 제품이 상점 저 구석에 먼지에 쌓여 있는 모습, 다른 제품을 파는데 끼워 파는 제품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자신이 만든 제품을 쌓아 불로 태우며 혁신을 다짐한다. 일류기업의 임직원들은 혁신을 이끌어가는 원칙을 정하고 마음을 강하게 한다.

① 나부터 변한다.

② 작고 쉬운 것부터 변화시킨다.

③ 지금 당장 한다.

사실 많은 교수, 전문가들이 일류 기업, 핵심 인재가 되도록 말과 책을 통해 수 많은 해법을 제시한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 많은 방법이 있다.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일류 기업, 우수 핵심 인재가 되지 않는가? 바로 실행 아닐까? 일류 기업이 되는 방안을 다 알고 있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조직과 사람은 적다.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은 조직과 구성원이 한 방향 정렬을 하여 악착 같이 실천하는 일 아닐까?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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