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거장’ 부흐빈더 “우주처럼 한계 없는 음악…한 번도 싫증난 적 없다”
28~7월 9일까지 공연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네버(Never). 전혀 싫증나지 않아요. 단 한 번도 베토벤에 싫증난 적도, 질린 적도 없어요. 베토벤의 음악은 우주처럼 한계가 없으니까요.”
내내 독일어로 답변을 이어가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6)는 “한평생 베토벤을 연주하며 지치거나 싫증난 적이 없냐”는 질문에 영어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28일 여덟 번째 내한공연을 앞두고 가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다. 그는 “100년 전의 음악에서 항상 새로운 걸 발견하게 되고 질릴 틈이 없다”고 했다.
현존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60여년의 활동기간 동안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60회 이상 연주한 음악가다. 일평생 탐구해온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우주’는 그에게 언제나 새로움이었다.
“어릴적 아주 작은 방에서 자랐어요. 방엔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고, 그 위엔 작은 라디오가 놓였죠. 라디오 위엔 베토벤 형상의 마스크가 있었어요. 그 마스크에 대한 기억이 평생을 따라 다녀요. 내게 베토벤은 혁명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작곡가예요.”
2012년 첫 내한 이후 해마다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는 부흐빈더는 이번 공연을 통해 60번째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를 갖는다. 한국에서 소나타 전곡 연주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곡 연주 일정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다”며 “한국에 오는 것을 즐긴다. 한국엔 굉장히 좋은 청중들이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클래식이 전파됐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부흐빈더의 소나타 전곡 연주는 7회에 걸쳐 진행된다. 이날부터 7월 9일(서울 예술의전당)까지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치는 것은 언제나 기대되고 흥분된다”고 했다. 그가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처음 연주한 것은 1970년 즈음이다. 부흐빈더는 소나타 전곡을 연주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운다”며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를 사랑하고, 모든 곡이 다 어렵다”고 했다. 베토벤은 당대에 시도하지 않은 음악을 만든 ‘혁신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에스프레시보(Espressivo, 감정이 풍부하게) 바로 뒤에 바로 아 템포(A Tempo, 원래 빠르기로)를 써둔 유일한 작곡가예요. 보통은 리타르단도(Ritardanto, 점점 느리게) 또는 아첼레란도(Accelerando, 점점 빠르게) 뒤에 본래의 템포를 찾기 위해 ‘아 템포’를 써요. 그런데 Op. 90 작품에 보면 템포를 바꾸는 총 8개의 음악 용어가 있어요. 사실 젊은 음악가들에겐 한 악장에서 8번의 템포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베토벤의 음악에서 그가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은 “많은 작품이 굉장히 빠른 빠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흐빈더는 “과거의 피아노는 현대의 피아노보다 훨씬 가벼운 건반을 가지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며 “특히 피아노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 1악장은 메트로놈 숫자로는 맞출 수 없을 만큼 놀라운 템포를 가졌다”고 했다.
“템포, 프레이즈, 음향 등 항상 같은 것이지만, 새롭게 느껴져요. 모든 작곡가들은 포르테 다음에 피아노를 쓰지만, 베토벤은 극단적인 사람이라 포르테시모(아주 크게) 다음에 피아니시모를 썼어요. 베토벤에게 포르테시모는 고통을 나타내는 음악 용어예요. 포르테시모 보다 한 단계 아래인 포르테는 포르테시모로 자라나는 감정이자 신호죠.”
오랜 시간 베토벤을 연주하며 달라진 점도 많다. 그는 첫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처음 연주한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엔 유연하지 못하고 하나에만 꽂혀 정형화된 연주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의 베토벤은 ‘자유로움’이다.
“베토벤의 많은 색채를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하려고 노력해요. 각각의 곡마다 개성의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전의 연주보다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예전엔 음악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면 지금은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음악적 요소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부흐빈더가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음악 여정엔 베토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베토벤은 내 인생의 중심이 되는 작곡가”라며 “베토벤은 사랑이 넘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음악가”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도 “24시간 동안 베토벤의 방에 앉아 그가 모르게 관찰하는 것”이다.
다섯 살에 빈 음악원에 입학한 영재 피아니스트는 젊은 시절 그리 두각을 보이진 않았다. 스무 살에 나갔던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선 5위를 했다. 70여년간 스스로를 연마하고 숙련하며 올곧은 음악가로 자리한 그는 4년 전인 2019년 72세의 나이로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의 내한 공연을 기념하며 잘츠부르크에서의 연주를 담은 ‘베토벤: 디 에센셜 피아노 소나타’를 발매했다.
“전 작게 시작해 ‘크레센도’(점점 커짐)처럼 자라는 인생을 살아왔어요. 센세이션하게 사는 인생은 위험해요. 센세이션은 인생에서 한 번 밖에 없으니까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60번 연주했다는 것이 완성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나아갈 지는 모르지만, 가야할 길이 더 남아있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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