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그룹 해체 수순···푸틴, 아프리카·중동 용병 사업도 접수한다
러 정부, 시리아 대통령에 통보
러시아 정부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끌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아프리카 용병 사업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실상 바그너 그룹 해체 단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 세계 곳곳에 바그너 그룹이 구축한 ‘용병 사업 네트워크’를 접수하는 조처에 나섰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교차관은 프리고진 반란이 정리된 이후인 지난 26일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바그너 그룹의 용병 사업 관리 주체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이 활동하던 아프리카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도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국가에서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채굴권과 항구 이용권 등 다양한 이권을 챙겨왔다. 이러한 사업으로 바그너 그룹이 벌어들인 돈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 그룹의 군사력을 활용해 아프리카와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용병 활동과 이권 사업에 대한 개입은 피해왔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자행되는 바그너 그룹의 민간인 살해 등 잔혹 행위엔 “정부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고진 무장 반란에 분노한 푸틴 대통령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의 바그너 그룹 사업을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WSJ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내 혼란을 진정시키고 아프리카와 중동에 있는 파트너에겐 ‘바그너 그룹 작전이 중단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 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아프리카에서의 러시아 위상을 떨어뜨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 관리들이 현지 지도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반란이 우방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아프리카 남부지역 특사를 지낸 존 피터 팸은 WSJ에 “바그너 그룹 활동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의 존재감 상실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는 반란 사태 이후 바그너 그룹의 중화기 등 장비를 인수하며 흡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 소속 용병들에게도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제공한 상태다. 현재 바그너 그룹에 소속된 용병은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WSJ는 “러시아 정부가 프리고진을 밀어낸 이후에도 3개 대륙에 구축한 바그너 그룹 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리비아 등을 상대로 “바그너 그룹과의 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데다가 바그너 그룹에 대한 서방의 각종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는 점은 러시아 정부엔 부담이 될 수 있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306281639001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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