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이스트엔드, 블루오션에 도달하고야 말 패션 기업

송진화 캡스톤파트너스 심사역 2023. 6.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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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衣食住).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3가지 요소 중 하나로 패션산업(기성복 산업)은 18세기에 시작되어 꽤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산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패션 산업은 그보다 더 늦은 20세기 초반에 형성되기 시작하여 20세기 후반인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맞춤복에서 기성복으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약 50년이라는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탄생했다 사라졌고, 국내 패션 산업은 이미 과포화 된 레드오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시티브리즈, 아티드, 로즐리 등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CIC ‘이스트엔드’에 투자를 하면서 왜 고성장과 고수익의 기회가 존재하는 블루오션이 아닌 레드오션에 투자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반대로 질문을 해보고 싶다. 블루오션은 영원히 블루오션인가? 레드오션은 영원히 레드오션인가? 두가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모두 ‘아니요’이다. 블루오션이라 여겨지던 시장도 산업이 성숙하고 경쟁자가 늘어나다 보면 언젠가 레드오션이 되기 마련이라는 것은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레드오션이 되어 버린 시장에서도 블루오션은 창출될 수 있다. 세상에 없던 완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만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레드오션에서 새로운 전략, 새로운 접근을 통해 블루오션으로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은 자동화 전략을 통해 ‘스마트팜’이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패션산업도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판매 전략을 통해 ‘이커머스 패션’이라는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지금은 이커머스 패션 시장도 레드오션으로 여겨지지만 이것이 더이상 패션 산업이 나아갈 수 있는 블루오션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에코패션, IP콜라보레이션, 가상피팅 등 패션산업에서는 지금도 새로운 블루오션이 계속 창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트엔드는 어느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이스트엔드 제공

◇D2C 열풍, 패션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D2C 비즈니스 모델은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소비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브랜드 관리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들 역시 유통·판매 플랫폼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논란에서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로 공식몰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공식몰에서만 제공되는 혜택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면서 D2C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D2C 전략은 커머스 업계 전반에 거쳐 확대되고 있으며, 패션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젝시믹스, 널디가 대표적인 성공모델이다. 하지만 누구나 D2C 전략을 실행할 수 있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산, 판매, 마케팅, 물류에 대한 역량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신생 브랜드의 경우 초기 트래픽을 모으기 어려워 자사몰 운영시 플랫폼 입점 수수료보다 많은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스트엔드의 경우 이미 생산, 판매, 마케팅, 물류에 이르는 D2C 각 역영을 내재화하고 역량을 강화해 왔다. 또, 주요 유통 플랫폼에서 고객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상태로 자사몰 확대를 통해 고객 유입과 수익성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스트엔드 제공

◇밖으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푸르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미 다수의 패션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 시장과 달리 동남아 8개국(대만, 싱가폴, 홍콩,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은 매년 4천 만명 이상의 신규 이커머스 사용자가 유입되고, 연 60% 내외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직 가능성이 큰 고성장 시장임에도 규모 측면에서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를 이미 뛰어 넘었다. 동남아시아는 한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지역으로 드라마, 음악, 음식 등 한류 문화 뿐 아니라 패션, 뷰티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해외 사업운영팀도 없고, 마케팅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스트엔드는 운영 중인 브랜드 제품이 무신사 글로벌과 같은 해외 유통 플랫폼 인기 순위에 오르기도 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보았다. 그동안 브랜드수와 생산CAPA의 부족으로 어려웠던 대형 바이어와의 계약도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추후에는 해외 사업 직접 운영, 마케팅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할 예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업의 본질

블루오션도 언젠가 레드오션으로 변한다. 블루오션에서 First Mover Advantage는 분명히 존재하나 레드오션이 된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업의 핵심 가치, 업의 본질이 중요하다. 패션 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패스트 패션에서 슬로우 패션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뻗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역시 패션 산업의 본질은 좋은 옷을 만드는 것, ‘옷’ 그 자체이다. 많은 온라인 패션 기업이 SNS 영향력을 통해 급부상했다가 단발성으로 끝나기도 했다. 이스트엔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매출 규모를 빠르게 키우기 보다는 원단을 개발하고, 생산 공정을 개선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좋은 콘텐츠를 발행하며 좋은 옷,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쌓아온 역량은 블루오션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레드오션 속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패션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크거나 작거나 혹은 빠르거나 느리거나 패션 산업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고, 패션 산업의 기회는 열려있다. 이스트엔드는 창업 7년차에 시리즈B 투자를 받은 패션 기업으로 블루오션에서 탄생해 고성장이 기대되는 초기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속도로 착실하게 블루오션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머지않아 도달할 것이라는 점이 주요한 투자 포인트였다. 누구나 신발장에 나이키 운동화 한 켤레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모두의 옷장에 이스트엔드 옷 한 벌쯤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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