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엄마’ 배세영 작가 ① “암 검사 재진의 두려움과 돼지농장 방문의 희망을 버무렸습니다”[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6.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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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나쁜엄마’의 대본을 쓴 배세영 작가. 사진 JTBC



12%대의 시청률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JTBC 드라마 ‘나쁜엄마’의 기본정서는 모성애였다. 남편의 복수가 기저에 깔려있다고는 해도 드라마는 아들 최강호(이도현)를 훌륭한 아들로 키워내기 위한 진영순(라미란)의 욕망이 주된 감정으로 깔려있었다.

여기에 진영순, 정씨(강말금), 박씨(서이숙), 이미주(안은진)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나쁜엄마’들의 처연한 사연이 있었지만, 극의 활기를 책임진 것은 극 중 배경이었던 조우리 사람들이 보여주는 차진 호흡이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나오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있었다.

이러한 ‘나쁜엄마’의 정서에는 배세영 작가의 상황이 깔려있다. 그는 영화 ‘극한직업’이나 ‘완벽한 타인’ ‘바람바람바람’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웃음을 줬던 작품들을 각색하거나 대본작업했다. 여기에 tvN ‘SNL 코리아’의 작가로서 일하며 다졌던 위트를 채워 넣었다. 배 작가는 작품의 종방 이후 ‘스포츠경향’과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극을 마친 소감과 함께 극의 주요 궁금증을 풀어줬다.

JTBC 드라마 ‘나쁜엄마’의 한 장면.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 첫 번째 드라마 대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의미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요즘처럼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재의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이렇게 익숙하고 소박한 이야기가 경쟁력이 있을지, 많은 분들의 우려가 있어 솔직히 지금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3년이라는 집필기간보다는 7주라는 방영기간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걱정과 긴장 속에 한 주를 보냈고 박수와 질타 속에 위로받고 성장했다. 작품에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과 관심, 수많은 응원과 가르침의 메시지에 감사드린다.”

- 드라마와 영화의 대본 작업 차이는 어땠나.

“생각한 주제를 최소한의 대사와 행동으로 함축적으로 보이는 것이 영화라면, 드라마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대한 풀어서 자세하고 반복적으로 말해줘야 하는 장르라고 느꼈다. 두 달 동안의 기간 전체 이야기 흐름을 놓치게 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서사와 감정을 반복해서 복기해야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는 영화 시나리오에서 금기시되는 독백이나 회상이 많다. 거기에 각 화 독립적인 기승전결과 주제로 가기 위한 ‘빌드업’ 과정도 필요했다. 영화적 문법에 익숙했던 제게 드라마의 문법은 낯설고 어려웠다. 거기에 매회 달라지는 평가와 시청률, 대사 한 줄과 행동 하나가 실시간으로 반응이 나오는 ‘실시간 톡’ 등의 시스템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JTBC 드라마 ‘나쁜엄마’의 한 장면. 사진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나쁘다’는 주제 아래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다뤘다. 이 주제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처음 ‘나쁜엄마’는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됐다. 당시 건강검진에서 암 의심소견을 받고 3개월 있을 재진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는데 마침 남편이 동물약품 회사에 다니던 때라 돼지농장을 함께 여러 번 간 적이 있었다. ‘어미돼지는 28일 동안만 새끼와 함께 할 수 있어, 그 기간 모든 습성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어미돼지의 삶이 당시 제가 처한 상황 같다고 느꼈다.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은 모두 시한부 인생이고, 대부분 부모는 자식을 남겨두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떠나야 할까. 그 자녀가 만일 몸도 정신도 성치 않고, 도움을 청할 가족도 없다면?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돈을 번다는 이유로 아이의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자신이 나쁜엄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친구는 돈을 벌지 못해 아이가 원하는 걸 못 해주는 게 나쁜엄마라고 하더라. 자식 앞에서 죄인이 되는 세상 모든 착한 엄마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②에서 계속)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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