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년 쌓은 ①품질 ②원재료 조달 실력 앞세워 B2C로 영토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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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버릴 게 없어요.
키우고 가꿔서 합판 만들고 폐목재가 되면 공장 돌리는 연료까지 되어줍니다.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이건산업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베니어 합판(통나무를 얇게 자른 나무판)에서 나오는 구수한 나무 향이었다.
국내에서 합판과 마루를 자체 생산하는 이건산업은 원재료인 나무의 70%가량을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와 칠레에서 들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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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판, 마루 등 인천 본사·공장 최초 공개
나무는 버릴 게 없어요. 키우고 가꿔서 합판 만들고 폐목재가 되면 공장 돌리는 연료까지 되어줍니다.
이길수 이건산업 대표이사
28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이건산업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베니어 합판(통나무를 얇게 자른 나무판)에서 나오는 구수한 나무 향이었다. 국내에서 합판과 마루를 자체 생산하는 이건산업은 원재료인 나무의 70%가량을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와 칠레에서 들여온다. 그중 솔로몬제도에서 온 목재는 회사가 직접 키워 벌채했다. 이길수 대표는 "값싼 수입산에 밀려 많은 기업이 합판 제조 사업을 접고 있지만 우리는 탄탄한 수익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나무 생산부터 폐기까지 목재의 생애 주기에 걸친 순환경제 체제를 운영 중이다. 1984년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솔로몬제도에 현지 법인을 세운 게 시작이었다. 지금은 여의도 면적의 90배에 해당하는 조림지 2억5,000㎡에서 연간 20만㎥의 조림목을 생산하고 있다. 덕분에 원자재 수급난에 시달리지 않는다. 이 대표는 "최고 품질의 원자재를 확보한 뒤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쳐 합판과 마루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제품 성능은 월등하다고 감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진공유리…기술 개발에 박차
이건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이건창호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8년 국내에서 처음 시스템 창호를 선보인 이 회사의 단열유리 'SUPER 진공유리'는 세계 최초로 진공유리 분야에서 독일 패시브 하우스 협회의 '패시브 하우스 인증'을 땄다. 진공유리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진공층을 만들어 열을 차단해 260㎜ 두께 콘크리트 벽체와 맞먹는 수준의 단열 성능을 자랑한다. 최규환 대표는 "진공유리는 열이나 소리의 전달을 막아준다"며 "연간 24만 원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바깥 소음도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건창호의 다음 승부처는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시장이다. 고급창호 시장을 겨냥하는 만큼 가격이 비싸더라도 품질로 밀고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 제품이 주로 쓰인 곳 또한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나인원한남·파르크한남, 서울 강남구 더펜트하우스청담·효성빌라청담101 등 고급 주택들이었다. 최 대표는 "한남동, 강남 재개발 조합 등 프리미엄 주택 시장이 주요 타깃"이라고 말했다.
B2C 시장까지 도약 나선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이건그룹의 다음 목표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넘어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현재 이건산업은 국내 B2B 마루 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B2C시장 매출은 약 150억 원이다. 이 대표는 "인테리어 건축박람회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찬바람이 불고 있는 건설 경기 시장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각종 원자잿값이 비싸지고 분양가도 오르자 건설 시장에서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의 건축자재를 쓰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고급 건축자재로 이름을 알려온 이건그룹 입장에선 B2C 시장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유석희 이건홀딩스 본부장은 "이건그룹 창업주 박영주 회장(3월 별세)은 진정성을 기업 운영 원칙으로 삼으셨다"며 "품질을 꼼꼼히 따진다면 고객들도 그 진정성을 인정해 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인천=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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