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업 상대 배짱투→6구 이닝 삭제' 무서운 LG 신인, 염갈량 뚝심 통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2023. 6. 2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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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LG 박명근.
앞선 타석에서 4타점을 올린 최정(36·SSG 랜더스)을 상대로도 씩씩하게 공을 던진다. 19살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투구가 LG 트윈스의 극적인 역전승을 끌어냈다.

LG는 25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8-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4연승을 질주한 LG는 45승 2무 26패로 3연패에 빠진 SSG(43승 2무 27패)에 1.5경기 차 앞선 1위를 질주했다.

5회까지만 해도 1-6으로 뒤처져 패색이 짙었던 경기. 6회 3점을 뽑아내며 추격의 불씨를 당긴 그때, '염갈량' 염경엽(55) LG 감독은 '필승조' 박명근을 올려보냈다. 7회말 올라온 박명근의 상대는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올 시즌 3할 타율, 4할 출루율의 홈런 1위 최정부터 시작되는 SSG 클린업 타선. 최정은 이날 앞선 두 타석에서도 찬스 때마다 타점을 올리며 SSG의 리드를 만든 소위 말해 뜨거운 상태였다.

그런 데도 19살 신인의 공에는 거침이 없었다. 최정에게 자신 있게 한가운데 직구를 던져 우익수 뜬 공 아웃을 끌어내더니 OPS 리그 5위의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2구 만에 직접 땅볼 아웃 처리했다.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박성한도 3구 만에 우익수 뜬 공으로 돌려세우며 단 6구 만에 이닝을 삭제했다.

막내의 배짱투에 형들도 힘을 냈다. LG는 8회 3점을 뽑아 7-6 리드를 만들었고 박명근은 이제 1점 차를 지키는 입장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최지훈을 제외하고는 후속 세 타자에게 모두 초구를 직구로 꽂아 넣으며 볼 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고 끝내 삼진 하나를 포함해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이날 던진 LG 투수 중 함덕주와 함께 가장 안정적인 피칭이었다.

이후 LG가 승리하면서 박명근은 시즌 3승째를 챙겼다. 34경기 3승 무패 5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으로 신인왕 후보로도 손색이 없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담대하게 투구할 수 있는 '무서운 신인' 박명근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다. 수택초(구리리틀)-구리인창중-라온고를 졸업한 박명근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7번으로 지명됐다. 174㎝로 작은 키에도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과 제구력으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선배들의 극찬을 받았다.

LG 박명근.

정규시즌 초반에는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KT 위즈와 개막전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실점 했고 그다음 경기도 2실점(0자책) 하며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꿋꿋하게 기회를 받았다. 박명근이 LG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염 감독의 믿음 때문이었다.

박명근이 흔들릴 4월 초 당시 염 감독은 "시즌 막판 가서는 절대 이렇게 운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적응력을 길러주려 한다. 초반에 다양하게 써줘야 LG의 카드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쓰던 선수만 쓰면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나지 못한다. 한두 이닝 뛰면서 적응을 해야 중요한 상황에서도 경기를 뛴다. 키울 수 있는 선수에 한해서는 꾸준하게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박명근을 5선발 후보로 생각할 정도로 신뢰를 보였었다. 시즌에 들어와서도 유영찬, 백승현, 함덕주와 함께 필승조로서 '키워야 하는' 4명의 선수 중 하나로 꼽았다.

그로부터 두 달이 흐른 가운데 뚝심 있게 밀어붙인 그날의 결정은 빛을 발하고 있다. 기존 필승조 고우석, 이정용 등이 흔들리는 가운데 박명근뿐 아니라 키워야 할 세 선수 모두 함덕주 37경기 평균자책점 1.24, 백승현 9경기 평균자책점 2.08, 유영찬 32경기 평균자책점 3.75로 불펜의 핵심이 됐다.

경기 후 염 감독은 "타선에서 6회 따라가는 점수를 내면서 추격의 발판이 만들어졌고 8회 신민재와 홍창기의 안타로 동점을 만들며 전체적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후 김현수가 승리를 견인하는 결승타와 함께 쐐기를 박는 문보경의 추가타점으로 경기를 매조질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명근이 터프한 상황에서 2이닝을 잘 막아준 것이 컸고 9회 위기가 있었지만 고우석이 잘 마무리하며 경기를 이길수 있었다. 올 시즌 첫 3안타를 친 신민재에게 축하한단 말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을 만들어 낸 선수들 칭찬하고 싶다. 원정 오셔서 보내주신 열정적인 응원덕분에 좋은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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