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 10만원 넘어도 대기…외식 트렌드는 "금쪽같은 내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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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가올수록 A씨의 가슴은 쿵쾅거린다.
저자들은 "특별한 식사 경험에서 오는 자기만족과 이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금쪽같은 내 한 끼'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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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간이 다가올수록 A씨의 가슴은 쿵쾅거린다. 3…2…1……0초. 모니터 화면을 보며 '광클'(빠른 속도로 클릭하기)한끝에 겨우 구매에 성공한다. A씨가 산 건 순식간에 마감하는 아이돌 콘서트 표가 아니다. 꿀과 기름을 섞은 밀가루 반죽을 판에 박아서 모양을 낸 후 기름에 지진 과자, '약과'였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할머니 간식이 유행하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현상이 확산하면서 특정 브랜드의 약과 구매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됐다. 미리부터 대기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구매해야 한다는 의미의 '약케팅'(약과+티케팅)이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다. 2023년에 약과의 대유행이라니. 먹거리 분야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포함한 '트렌드코리아' 집필진과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실무진이 함께 쓴 '대한민국 외식업 트렌드'(미래의창)는 코로나19와 고물가로 급변하는 외식업계의 상황과 먹거리 소비 패턴의 변화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들은 먹거리 분야의 유행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애초 입맛은 잘 안 변하는 영역이었다. 수십 년 전에 나온 과자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은 먹거리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 들어선 푸드트럭 피아자(광장)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푸드트럭이 들어선 건 순발력 있게 외식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일반 매장이라면 입점 브랜드를 바꾸기 위해서 가림막을 설치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해야 하지만 푸드 트럭은 그럴 필요가 없다. 외부에서 완성해 새롭게 트럭을 들여놓기만 하면 된다.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기 때문에 더 현대 푸드트럭 담당 MD들은 3~4개월마다 식품 영역의 브랜드 교체를 검토한다고 한다.
업계의 기민한 반응만큼이나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요즘은 한 끼를 정승처럼 먹고, 나머지는 대충 때우는 '금쪽같은 식사'가 유행이다. 하루 중 한 끼가 될 수도 있고, 일주일에 한 끼, 한 달에 한 끼가 될 수도 있다. 요체는 시간과 돈을 들여, 식사를 음미하는 행위다. 주로 '금쪽같은 식사'에 나서는 젊은 세대들은 평소에 김밥 한 줄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다가도 외식을 하는 날이면 고급스러운 식당을 예약해 평소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메뉴를 맛본다. 이 때문에 값비싼 식당들이 인기다.
짜장면 한 그릇에 5만7천원 하는 중식당은 예약조차 하기 어렵다. 12만6천원짜리 망고 빙수를 파는 곳에서 빙수를 먹으려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 때문에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도 요식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구찌'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크리스챤 디올'은 콘셉트 스토어이자 카페인 '디올 성수'를, '루이 비통'은 팝업 레스토랑인 '이코이 앳 루이 비통'을 열었다. 이들 레스토랑의 특징은 미쉐린 셰프와 협업해 예술작품처럼 멋지게 세공된 음식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특별한 식사 경험에서 오는 자기만족과 이를 과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금쪽같은 내 한 끼'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 밖에도 식사도 게임처럼 성취하고 인정받는 재미 요소를 포함한다는 의미의 '다이닝 게임', 선택 부담은 줄이고 유행에는 참여하는 개념의 '정답식사', 내 취향을 식사에서 뽐내는 '식부심', 이야기를 만드는 식당이 뜨는 '이야기 식당', 친절한 식당이 다시 주목받는 '천절의 재발견' 등을 외식업 트렌드로 꼽았다.
21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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