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 눈 앞에…자동차보험은 어떻게 변할까

'레벨3'에선 '선 보험처리-후 구상' 체계 이어질 듯
"사고 책임 가리기 쉽지 않을 듯…사회적 합의 필요해"

ⓒ News1 DB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국내에서도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는 자율주행 시대가 2027년에는 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험업계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를 가졌다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은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 배상책임이 가입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시대에는 보상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는지, 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든 제작사에 있는지 가리기가 명확지 않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 안에 상용화가 예정된 '부분 자율주행'(레벨3) 사례가 미래형 자동차보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올해 안에 부분자율주행(레벨3) 단계의 개인용 승용차 판매가 시작되고, 2027년부터는 정해진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이 전혀없는 자율주행차(레벨4)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자율주행은 레벨0부터 레벨5까지 6단계로 나뉜다. 이중 상용화가 예정된 레벨3와 레벨4의 가장 큰 차이는 갑자기 차선을 바꿔야 하거나 위기상황이 나타났을 때 운전자 개입이 요구되는 지 여부다.

레벨3에선 자율주행시스템이 다시 운전대를 맡기면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아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여전히 운전자로 판단되고, 무면허와 음주운전이 모두 금지된다.

보험업계에선 레벨3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어 상용화만 되면 상품 출시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험·연구용에 한해 레벨3 자율주행차보험은 이미 나와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 자동차사고처럼 자동차보유자의 보험으로 1차 책임을 지고, 자율주행시스템이 사고 원인으로 판명났다면 제작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바탕이 마련돼있다.

문제는 운전자 개입이 전혀 없는 4단계다. 레벨4는 무인운전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자율주행'이라 볼 수 있다. 이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개념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선 실질적인 자율주행차 보험이 마련되려면 배상책임 주체를 가리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레벨4 이상에선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만큼 운전자 책임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되,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인 자동차보험의 개념은 유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레벨4에서도 레벨3와 마찬가지로 차량 보유자가 1차적으로 보험처리를 하고, 책임 소재를 가린 뒤 제조사 등에 구상하는 절차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 자율주행시스템을 만든 제조사, 이를 뒷받침하는 통신·도로인프라 관리 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지는 만큼 쉽지않은 작업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에서도 자동차보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 판단하는 작업이 쌓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