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한달] ②"특별하지 않은 특별법"…피해자 성토

송승윤 2023. 6. 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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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변제금 한푼 못받는 세대가 30%…선구제 시급"
"너무 바란다는 비난도 있지만 피해 복구된 이는 없어"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촬영 송승윤]

(인천=연합뉴스) 송승윤 기자 = "이름은 특별법인데 전혀 특별한 게 없습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행 한 달을 맞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안 위원장을 비롯한 대책위 관계자 5명은 인천시 미추홀구의 박순남 부위원장 집에 모여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한 저마다의 견해를 밝혔다.

안 위원장은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이제는 나도 구제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희망을 가졌던 피해자들이 정말 많다"면서 "하지만 지원 기준에 속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상당수라 결국 특별법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란 것을 깨닫고 재차 절망하는 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별법이 궁극적으로 피해자들이 바라는 피해 금액의 일부라도 보상받고자 하는 요구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강민석 대책위 동대표는 "저금리 대출도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원 이하 피해자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이들에겐 우선매수권도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오피스텔에 거주하거나 이번 일로 소득이 일정하지 않게 된 이들도 많은데 여러 유형의 피해자에게 모두 적용될 수 없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다시 말해 특별법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모든 지원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당장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려고 알아보면 이마저도 기존 주거 조건과 생활 환경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특별법 시행 전부터 줄곧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최소한의 보증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최우선변제금만큼은 보장해달라는 것이 대책위 측 주장의 골자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의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경우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보다 세입자가 먼저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이번 특별법에는 최우선 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최우선 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방안이 담겼으나 대책위는 '빚에 빚을 더하는 꼴'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상미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장 [촬영 송승윤]

최은선 부위원장은 "미추홀구의 피해 가구 중 최우선변제금을 못 받는 세대가 30%가량"이라며 "이 피해자들이라도 구제할 수 있다면 모든 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특별법을 인정하겠으나 구제되는 피해자가 거의 없는데도 특별법을 만들었다고 하니 분통이 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별법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선 대책위도 '없진 않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경매 유예나 중지의 경우 피해자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며, 전세 제도 자체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은 있다"며 "다만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피해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는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 부위원장은 "소액 임차인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한 것은 사기를 당하더라도 최소한 살아갈 수는 있게 해준다는 의미"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인데 이 안전장치가 상식적이지 않아 희생자가 자꾸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보완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안 위원장도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을 기점으로 또다시 좌절하는 피해자들이 잇따른다면 상황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피해자들의 우울감이 심각한 상황인데 고립된 이들의 경우 더욱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대책위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성용 사무국장은 "우리는 피해 금액을 100% 보상해달라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보증금 채권 매입을 비롯해 보증금을 일정 비율만이라도 먼저 돌려주고 범죄수익 환수 등을 통해 보전하는 방안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 부위원장은 "온라인에선 '지원해주는데 더 바란다'는 식의 비난이 넘쳐나는데 막상 피해가 복구된 이들은 아무도 없다"면서 "평생 모은 돈을 잃거나 하루아침에 빚이 생긴 것도 그렇지만 가해자가 진 빚을 피해자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지금은 특별한 단체행동보다 특별법 시행 이후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를 모아서 다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려고 한다"며 "정확한 현황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처음부터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촬영 송승윤]

kaav@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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