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용병

김재근 선임기자

역사적인 전쟁에 용병이 등장하는 경우가 꽤 많다.

세계를 제패한 몽골군이 1258년 아인잘루트에서 대패했다. 이집트와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맘루크가 몽골군을 유인하여 궤멸시킨 것이다. 몽골은 더 이상 아랍세계로 나가지 못했다. 맘루크 왕조는 노예로 끌려온 용병들이 아이유브 왕조를 전복하고 세운 나라였다.

1453년 동로마 제국이 오스만 투르크에 의해 무너진다. 오스만의 왕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폴을 공격하여 1100년 역사의 동로마를 멸망시켰다. 이탈리아 용병을 지휘하는 주스티니아니 장군이 부상하면서 동로마군의 전열이 무너진 것이다.

지리상의 발견 이후 스페인, 포르투칼, 영국, 프랑스 등 서구의 거의 모든 나라가 용병을 활용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무역을 하면서 용병을 채용했다. 근래 중동이나 아프리카, 중남미, 발칸반도 분쟁에도 용병이 등장했고, 민간인 학살과 고문, 테러 등 전쟁범죄가 뒤따랐다.

영국은 여전히 네팔 출신 구르카 용병을 운영하고, 프랑스도 1831년 이래 지금까지 본토와 해외에 외인부대를 두고 있다. 미국의 용병회사인 아카데미아는 직원이 2만명을 넘는다. 전세계 민간 군사·보안 시장이 연간 34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뛰어들었던 용병이 파란을 일으켰다. 러시아군의 선봉을 담당했던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만에 돌연 공격을 중단한 것이다. 용병을 이끌었던 프리고진은 인접한 벨라루스로 떠났다고 한다. 이들은 불과 하루만에 800km를 달려 모스크바의 푸틴을 압박했다.

용병은 급여만 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존재다. 정규군 대신 투입돼 전투를 벌이고 분쟁과 갈등을 조장한다. 멀쩡한 나라들이 용병을 통해 지저분하고 잔인하고 더러운 전쟁을 벌여왔다.

러시아 바그너그룹이 지구촌을 놀라게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되는지, 푸틴 정권은 어디로 가는지, 러시아의 핵무기는 제대로 통제되는지 혼란스럽고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