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70년 한국에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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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7월 14일 머나먼 프랑스 땅에서 한 사람이 태어났다.
그는 1953년 6월 28일 파리외방전교회라는 수도회에서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사제서품 70주년, 외국인으로서 그리스도교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70년을 살아온 노사제(老司祭)를 축하하기 위하여 어제(28일) 대전 목동의 한 수도원에서 기념미사가 있었다.
그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백요한(사도요한, 본명 장 블랑)신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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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7월 14일 머나먼 프랑스 땅에서 한 사람이 태어났다. 그는 1953년 6월 28일 파리외방전교회라는 수도회에서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듬해 방송에도 몇 번 출연한 적 있는 두봉 주교님과 함께 1954년 12월 19일에 한국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곱디 고운 피부는 사라지고 풍성했던 머리카락도 많이 사라진 모습이지만, 그 얼굴에서 보이는 열망에 찬 생기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맑아진 모습이었다.
사제서품 70주년, 외국인으로서 그리스도교를 전하기 위해 한국에서 70년을 살아온 노사제(老司祭)를 축하하기 위하여 어제(28일) 대전 목동의 한 수도원에서 기념미사가 있었다. 그는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백요한(사도요한, 본명 장 블랑)신부다.
파리외방전교회의 파견식(선교사를 보내는 예식)에서는 전통적으로 불리는 노래가 있다.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만한 구노가 작곡하고, 한국천주교회사를 쓴 달레가 가사를 붙였다.
"떠나세요 복음의 군대여. 여기 당신 소망이 부른 날. 열망으로 가득 차 떠나세요. 복되어라 나의 참 친구여. 순고한 열정으로 가득찬 이. 그대의 발에 입 맞춥니다. 죽음의 땅을 밟을 그대의 두 발. 참 아름다워라. 친구여 이 생애서 이젠 안녕. 주님의 영광 널리 펴세요. 그 천국 영광에서 다시 만납시다. 아듀(안녕) 내 형제여."
가사만 본다면 참 슬프고 결연함이 보이지만 노래는 마치 군가처럼 경쾌하고 신난다. 선교지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방인 성직자를 양성하여 선교사들의 도움 없이 교회가 자립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파리외방전교회의 사명이기에 이 파견노래는 그들의 사명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 사명을 알고 난 뒤 이 노래를 듣는다면 인간적인 눈으로 바라보았을 때 죽음의 땅으로 선교를 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다만 신앙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자신의 신앙을 위해, 그 자신의 희망처럼 떠나가는 것이기에 슬플 이유가 없고 오히려 기쁜 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파리외방전교회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 특히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이가 듣는다면 너무나도 희망찬 노래임과 동시에 기쁜 날을 기념하는 노래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70년 전 이 노래를 직접 부르고 동료들과 가족들이 부르는 것을 듣고 온 젊은 선교사는 90세가 넘은 나이임에도 기도와 수도자 양성이라는 겉보기에 아주 작은 일을 하며 지내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70년 전 젊었을 때의 일과 지금의 일은 전혀 변함이 없다. 외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내적인 성숙함이 더해져 자신의 소명을 지금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이 노사제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하며 하늘나라를 위한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응원을 바란다.
96세의 한 노인이 한 목표를 가지고 머나먼 타국에서 70년이라는 세월을 살았다. 그가 천주교 사제라는 이유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지금까지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고 있는 모습은 모두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필자도 그렇지만 참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표를 잊고 살아가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노사제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며 우리 삶의 매무새를 고쳐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희망하는 것, 내가 이루고 싶은 것,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달려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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