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여러분의 노고를 기억하겠습니다
전남 화순광업소 복암리. 27일 오전 8시30분 광부 김종배(67)씨가 폐쇄된 갱도의 철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갱도 안으로 홀로 들어선다. 냉하고 습한 공기가 콧속으로 스며든다. 모든 채광작업이 끝나고 동료들도 떠난 화순광업소 복암리갱에 혼자 남아 깊고 먼 갱도 내를 홀로 들어가 지하수를 빼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도 오는 30일이면 37년 넘게 청춘을 바친 이곳을 떠나야 한다.
화순광업소는 일제강점기인 1905년 광업권을 등록한 우리나라 1호 탄광인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다. 30일 폐광하고 118년 만에 문을 닫는다. 광업소 인근 상가들은 문을 닫은지 오래다. 화순탄광은 1989년 한때 직원 1669명이 상주하며 연간 최대 70만5000톤을 캐내는 전남권 유일의 탄광이었다. 호황기를 누리던 1980년대까지는 강원 삼척·영월 탄광 등과 함께 국내 4대 탄광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들이 받은 임금이 당시 공무원보다 높아 군민들 중 경찰, 군청 공무원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탄광에 취직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석탄 공급과잉과 석탄공사 경영악화 등을 해소하기 위한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에 따라 올해 화순광업소를 시작으로 2024년 말 강원 태백광업소와 2025년 말 삼척광업소를 단계적으로 폐광할 예정이다.
화순광업소 소속 269명의 광부와 인력은 오는 30일자로 퇴사한다. 지난 21일에는 150명이 새로운 직업을 구하기 위해 목포에서 열린 조선업 취업박람회를 다녀왔다. 산업전선에 연료를 공급하며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이끈 산업화의 산증인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화순광업소 입구에는 그동안 수고한 광부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수많은 현수막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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