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해보겠다” 의욕적이었던 13일, 박종훈이 인천에 다시 상륙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 마음대로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올 시즌 제구 난조에 자신의 몫을 하지 못했던 박종훈(32‧SSG)은 6월 15일 결국 1군 엔트리에 말소돼 2군으로 내려갔다. 경기력 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자신도 알고, 코칭스태프도 알고, 기록지도 알고, 팬들까지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15일 아침 일찍 곧바로 강화 2군 시설에 들어온 박종훈은 낙담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의욕에 불타올랐다.
박종훈의 말은 조금 의외였다. 박종훈은 “마음대로 해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진담 반, 농담 반이 섞인 이 말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숨겨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눈치를 너무 많이 봤다. 미안함이 많았던 탓이다. 5년 65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에 부응하지 못한 미안함, 답답한 경기력에 한숨을 짓는 팬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 때문에 힘든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볼넷 남발 속에 수비 시간은 자연히 길어졌다. 볼넷을 줄 때마다 등 뒤에서 땅을 쳐다보고 있는 동료 야수들을 박종훈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투구폼 탓에 어쩔 수 없이 도루 저지율이 떨어지는 포수들에게도 미안했다. 박종훈도 죄책감이 컸다. 그 사슬에 빠질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고, 이는 가지고 있는 경기력도 제대로 못 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잠시 미안함은 뒤로 접어두기로 했다. 조금 더 이기적으로 던지겠다고 마음먹었다. 빨리 조정하고 싶었고, “빨리 던져보고 싶다”고 의욕적으로 나섰다. 올 시즌 중반 밸런스를 잡기 위해 잠시의 멈춤 동작을 투구 폼에 삽입하기도 했지만, 그냥 던지고 싶은 대로 던져보기로 했다. 이 동작을 빼고, 예전의 폼과 더 흡사하게 밸런스를 가다듬었다.
사실 2군 성적은 좋지 않았다. 여전히 4사구가 많았다. 그러나 김원형 SSG 감독은 외국인 선수 커크 맥카티가 전완근 염증으로 이탈하자 다시 박종훈을 불렀다. 1군 제외 후 13일 만이었다. 어차피 1군에서 써야 할 선수라고 봤고, 한 번쯤은 반등할 때도 됐다고 봤다. 그렇게 박종훈은 28일 인천 LG전에서 비장한 각오와 함께 마운드에 섰다. 어쩌면 벼랑 끝 매치가 될 수 있었던 이 경기에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박종훈은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졌다. 5개의 4사구를 내주기는 했으나 위기 상황에서 강인한 면모를 선보이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비록 불펜 난조로 승리투수 요건은 날렸지만, 승리 이상의 소중함을 남긴 경기였다. 전날 14득점을 터뜨리며 폭발한 LG 타선을 상대로 당당하게 부딪혔다.
4사구는 어쩔 수 없었지만, 볼넷을 내주는 과정이 예전처럼 답답하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빗나간 볼이 많았다. 비교적 공격적으로 승부했고, 마지막 순간 치솟아 오르는 커브는 한창 좋을 때를 연상케 했다. 리그 최강 타선, 그리고 이날 좌타자를 많이 넣은 LG 타선을 상대로 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불을 껐다. 기복이야 있었지만 좋을 때 박종훈의 공에 점차 다가가고 있었다.
5회를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순간, 박종훈은 포효함과 동시에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해냈다”는 느낌이었다. 오래간만에 보는 박종훈 특유의 미소였다. 박종훈의 성공적인 인천 재상륙을 숨죽이며 바라본 팬들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더 잘하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현재 SSG의 사정에서 박종훈은 굉장히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갖는 상황이 됐다. SSG는 부상으로 빠진 맥카티가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전망이다. 부상은 심하지 않고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나 선수의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주고자 7월 초 다시 검진을 받기로 했다. 빨라야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에야 돌아올 수 있을 전망이다. 남은 선발 투수들이 최선을 다해 붕괴를 막아야 하고, 박종훈의 경기력이 확실하게 반등한다면 이것이 수월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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