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전기차로 가는데"…한국GM, 전기차 생산 왜 안하나?
막대한 투자 비용·전기차 시장 판도 등 부담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한국GM의 국내 전기차 양산 가능성이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최근 출시한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당분간 내연기관차 생산·판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전기차 양산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최근 중견업체인 르노코리아자동차와 KG모빌리티가 전기차 공장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한국GM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내연기관차 생산·판매에 당분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이 전기차 공장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GM은 지난해 신차 생산을 위해 창원공장 9000억원, 부평공장에 2000억원 등 1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대규모 투자를 치른 상황에서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전기차 생산시설 구축에 나설 경우 자금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여기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안정적 수급 역시 현재로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국내 투자를 제한하는 요소다.
본사 제너럴모터스(GM)의 2인자로 꼽히는 실판 아민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민 사장은 한국 정부의 전기차 투자 요청에 "현재로선 전기차 생산 투자 판단을 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대차그룹과 수입차 브랜드가 양분한 국내 전기차 시장도 한국GM이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로 꼽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45만731대 중 국산차는 33만9769대, 수입차는 11만9623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4대 중 3대가 현대차·기아, 1대가 수입차인 상황에서 무리한 전기차 투자는 오히려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 계획과 신차 출시를 밝힌 만큼 무리하게 후발주자로 시장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기차 투자를 놓고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노조도 부담스럽다. 노조는 지난 2020년부터 전기차 국내 생산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이 판매 실적 대부분을 내연기관차에 의존하는 만큼 미래경쟁력 확보와 안정적 고용을 위해 전기차 생산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2021년 카허 카젬 전 사장과 함께 GM 본사를 찾아 전기차 배정을 요청했고, 지난해에는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전기차 배정을 넣기도 했다.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도 임금 인상과 함께 고용 안정을 내세워 전기차 생산 설비 구축을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 부평공장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조속히 유치해야 한다"며 전기차 생산 유치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전기차 시설 투자 촉진을 위한 세액 공제율과 보조금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전기차 투자 요구에 사측은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며 "세계적인 전동화 전환 흐름 속에서 한국GM이 전기차 생산에 뒤쳐질 경우 한국사업장으로서 기능이 사라져 상당한 고용 타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같은 중견업체인 르노코리아자동차와 KG모빌리티가 전기차 공장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한국GM의 전기차 생산 가능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오는 8월 1일부터 새 수장으로 부임하는 헥터 비자레알 신임 사장이 한국GM의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전기차 생산 계획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는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수장이 지한파로 알려진 만큼 본사와 노조 사이에서 균형있는 역할을 해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노조와 교섭에서 전기차 공장 투자에 대한 노사 입장을 긍정적으로 조율하고, 조기 타결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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