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신사업' 찾는 석유화학업계…그 길 가려는 정유업계 '난감'

한재준 기자 2023. 6. 2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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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051910)을 필두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 재편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함께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으로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중국이 석유화학 수직계열화에 나서면서 큰 변수가 됐다. 중국 발 공급 과잉 상황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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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기초유분 사업 축소 수순…中 대규모 증설로 자급률 100% 전망
석화에 수조 투자한 정유업계 '긴장'…업황 부진에 가동률 못 높여
GS칼텍스가 창사 이래 최대 투자 금액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해 여수공장에 올레핀 생산 시설(이하 MFC시설)을 준공하고 종합에너지기업 도약에 나선다. 사진은 MFC시설 전경.(GS칼텍스 제공)2022.11.11.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LG화학(051910)을 필두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사업 재편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함께 중국의 석유화학 설비 증설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하면서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런데 석유화학 업계가 '다른 길'을 모색하는 와중에 석유화학 사업을 신사업으로 택한 곳들도 있다. 원유 정제에 의존해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정유업계 얘기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010950)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004050)는 각각 9조원, 2조7000억원, 3조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장기적으로 석유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정유업 의존 구조를 벗어나고자 석유화학을 신사업으로 선택했다. 이차전지 소재, 그린 사업 등으로 재편에 나선 기존 석유화학 기업의 빈 자리를 차지해 보겠다는 구상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를 건설 중이다. 2026년 설비가 완공되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구축하고 올해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프로필렌 41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HD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011170)과 손잡고 대산 HPC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HPC는 연간 에틸렌 8만5000톤, 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Shaheen)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9조2580억 원 규모의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프로젝트다. (대통령실 제공) 2023.3.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정유업계가 이제 막 석유화학 사업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지만 업황은 좋지 않다.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 부진과 글로벌 공급 과잉 영향으로 석유화학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올레핀(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나프타 가격차이)의 이달 평균은 237달러로 통상적인 손익분기점(300달러)을 하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기초유분 자급률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석유화학 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2025년에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과 중간 원료 자급률이 1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의 수출길이 좁아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과잉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이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전경. ⓒ News1

업계의 우려는 사업구조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여수 NCC(나프타 분해시설) 2공장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초유분 사업을 축소하겠다는 시그널로 풀이된다.

앞서 LG화학은 올초 익산공장 고부가합성수지(ABS) 생산 라인마저 가동을 중단, 인력을 여수 공장으로 이전 배치한 바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으로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업황 부진이 계속될 경우 수조원을 투자한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현대오일뱅크는 업황 부진으로 HPC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에틸렌 등 기초유분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중국이 석유화학 수직계열화에 나서면서 큰 변수가 됐다. 중국 발 공급 과잉 상황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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