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전 재산 날린 친구…이제 자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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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 친구 박 사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가끔 안부 전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보기는 십수년은 된 듯하다.
수십 년의 고정 관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대단히 파괴적인 혁신이었다.
그래서 실패를 밝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드러내어 말할 때 비로소 그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숨기거나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자는 여전히 그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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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ㆍ경남=뉴스1)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 친구 박 사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가끔 안부 전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보기는 십수년은 된 듯하다. 그는 여전히 술과 함께 사업이나 발명 이야기를 즐긴다. 하지만 많이 변했다. 다소 과장된 제스처와 큰 목소리로 열정과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던 예전에 비해 이제 많이 진중해졌다. 거칠고 거침없던 언어도 많이 겸허하게 정제되어 나온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좀 안쓰럽다.
그는 2000년대 초 벤처러시의 시기에 창업을 하였다. 내 부추김의 역할이 컸다. 사실 그의 발명은 지금 보아도 그 업계에서는 혁명이었다. 수십 년의 고정 관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대단히 파괴적인 혁신이었다. 나만 그렇게 본 게 아니었다. 국내 굴지의 창투사들도 확신을 가졌다. 큰 자금이 투자되어 공장을 짓고 직원이 금세 수십 명이 되었다. 나는 그 회사의 주요 주주 중 한 사람이었다. 나 개인적으로도 다소 무리한 투자였지만, 나를 믿은 여러 지인과 VC(벤처 캐피털)들까지도 동참하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사업은 채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접게 되었다. 기술, 경영, 마케팅, 자금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그 위기의 무게를 감당 못하고 주저앉은 것이다. 장밋빛 꿈을 함께 꾸었던 여러 투자자들은 큰 충격을 받고 조용히 흩어졌다. 가끔 그 당시의 투자자와 VC들을 만나면 아직도 그 이야기는 차마 삼가 할 정도로 다들 그 아픔은 컸다. 박 사장의 충격은 투자자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와 격정에 차있었던 듯하다. 그는 자존심 때문인지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적어도 겉으로는 인정하거나 표현하지 않았다. 그 상황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아니 자신을 옥죄어오는 그 사업 상황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모든 것을 내던져버렸다.
그랬던 그가 내 앞에 다시 왔다. 세월이 흐른 만큼 좀 지쳐 보이지만, 뼛속 깊이 엔지니어인 그답게 기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런데 그에게서 좀 특별한 점이 느껴졌다. 그 실패의 이야기를 스스로 꺼낸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이것저것 파편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의 오판과 실수를 말한다. 그리고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은 투자자와 직원들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표한다. 물론 본인이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 전 재산을 날리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고, 생활을 위해 대리운전과 택시기사를 하면서, 건강 문제로도 한동안 큰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반성과 그로부터 얻은 가르침, 사과의 뜻, 그 동안의 가족과 삶 등 많은 이야기를 술안주 벌리듯 차분하게 객관적인 관점으로 늘어놓는다.
그제서야 그의 자유가 보였다. 그는 이제 그 실패의 덫에서 온전히 벗어난 것이다. 만나지 못했던 십수년의 기간은 그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의 시간이었다. 분노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거쳐 되돌려 반성하면서 깨우침을 얻은 듯하다. 이제 온전하게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새로운 미래를 의논하러 내 앞에 설 자신을 찾은 것이다. 고마웠다. 나는 친구에게 정성스레 두 손으로 소주를 한 잔 따라주었다.
실패는 많은 좋은 사람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가 그 덫에 가두었다. 실패의 덫은 사람을 어둠속에 붙잡아두지만, 밝은 곳에 드러나면 드라큘라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실패를 밝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드러내어 말할 때 비로소 그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숨기거나 부정하거나 부끄러워하는 자는 여전히 그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실패를 과감히 자인하고 드러내어 말하라. 그리하여 온전히 자유를 찾으라. 죽음과 같은 실패에서 돌아오는 자들을 더 많이 반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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