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새 외국인 타자의 등번호 선택에 담긴 애틋한 사연 [MK인터뷰]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3. 6.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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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형이 가장 좋아했던 번호가 3번이었다. 다시 3번을 택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3번으로 결정했다.”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타자 닉 윌리엄스가 등번호로 3번을 결정한 배경에는 눈을 감은 친형을 생각하는 그의 절절한 마음이 있었다.

부진으로 방출된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대체 외국인 타자인 윌리엄스는 지난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했다. 이어 2021시즌까지 빅리그 통산 294경기에서 타율 0.251 31홈런 110타점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부터 한화로 오기 전까지 멕시코 프로야구 토로스 데 티후아나에서 활동했다.

새 외국인 타자로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닉 윌리엄스. 사진=한화 제공
아직 표본이 적어 속단하긴 이르지만, 29일 경기 전 기준으로 한화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KBO리그 데뷔 무대였던 27일 대전 KT위즈전(4-1 한화 승)에서 아쉽게 안타는 생산하지 못했지만, 호수비 및 잘 맞은 타구를 선보인 윌리엄스는 28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 KT전에서는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 한화의 6-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컨택 능력은 물론이고 빠른 발까지 선보이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잘 해냈다.

한화 팬들 역시 27~28일 이틀 간 윌리엄스의 타석이 돌아올 때마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28일 KT전을 앞두고 만난 윌리엄스는 “굉장히 흥분되고 기쁘다”라며 데뷔 소감을 전한 뒤 한국의 응원 문화에 대해 “함성 소리나 구장 안의 분위기 모두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필라델피아에서도 이기고 있으면 경기장 안이 시끄러워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이기든 지든 계속 경기장이 시끄러운 것 같다”며 “멕시코에 있었을 때 치어리더 문화도 봤었다. 굉장히 즐겁다. 에너지를 계속해서 팀에게 불어주는 것 같아서 좋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필라델피아는 메이저리그 구단들 중에서도 팬들의 응원이 많기로 유명한 팀이다.

현재까지 지켜본 윌리엄스의 타격 스탠스는 굉장히 넓은 편이다. 이에 대해 그는 “2017년 만났던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했었다. 원래 투 스트라이크 이후 어프로치를 넓게, 무게 중심을 낮게 가져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코치가 투 스트라이크 이후 말고도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가져가 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넓고 오픈된 스탠스가 공략하기 쉽겠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한화의 제의를 받고 매우 기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코로나19 때 (중계방송을 통해) 처음 한국 야구를 접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실제로 오전 6시에 에이전트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전화를 받고 계약을 한 뒤 다시 잠에 들기 어려웠다. 가족들에게도 ‘이게 진짜인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차 때문에 KBO리그 경기를 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발언에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 됐을 때여서 딱히 큰 문제는 없었다. ESPN 등 방송사에서 계속 중계를 해줘서 접할 수 있었다”며 “그때 애런 알테어(당시 NC 다이노스)를 봤다. 1년 전만 해도 같이 뛰었던 선수가 나와서 더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했다.

윌리엄스가 지금까지 느낀 한국 문화는 어땠을까. 그는 “굉장히 따뜻하고 친절한 문화라고 느꼈다. 팀 동료부터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따뜻하게 잘 대해주고, 큰 환영을 해 줬다”라며 “특히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너무 맛있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윌리엄스가 등번호 3번을 선택한 배경에는 세상을 떠난 친형을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이 있었다. 사진(대전)=이한주 기자
윌리엄스는 자신의 등번호로 3번을 택했다. 여기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친형을 생각하는 그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계속 3번을 달다 필라델피아에서는 5번을 달았는데, 다시 3번으로 돌아왔다. 친형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가장 좋아했던 번호가 3번이었다. 다시 3번을 택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3번으로 결정했다”. 윌리엄스의 말이었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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