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융 경쟁 격화…핀테크도 진출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 잔액 5년 새 50.67% ↑
지난해 말 두 자릿수를 넘어섰던 자동차 할부 금리가 3개월 만에 하단이 5%대로 진입하면서 얼어붙었던 자동차 할부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이에 국내 금융회사들이 자동차 금융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캐피탈사는 0%대 초저금리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은행들은 자동차를 사고파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차량 매매와 관련한 각종 금융 상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핀테크 업체들까지 자동차 할부 대출 비교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자동차 금융에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할부 시장 경쟁 활황…카드사들 금리 ↓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6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신차 기준(현대 그랜저·현금구매 비율 20%·36개월) 자동차 할부 금리는 5.2~9.2%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이 11%대를 넘어섰던 지난해 말(12월22일 기준·7.3~11.1%)과 비교하면 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2%포인트 정도 내려간 것이다.
차 할부 금리가 5%대까지 낮아진 이유는 자금조달원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채권(여전채)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주로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4.212%로 지난해 말(12월22일 기준) 5.527% 대비 약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신차 할부 등의 상품 금리도 따라 내려간 것이다.
지난해 금리가 치솟고 신차 출고 대기 기간까지 길어지며 자동차 할부 금융 시장에서 발을 빼다시피 했던 카드사들이 다시 경쟁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동차 카드 할부는 기존 자동차 금융시장에서 주로 취급되던 오토론이나 오토할부와 달리 총부채상환원리금(DSR)에 포함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연체 위험이 타 상품보다 낮다는 것도 카드사들만의 강점으로 뽑힌다.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은 매년 몸집이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 잔액은 지난 2017년 27조265억원에서 지난해말 40조7208억원으로 50.67% 증가했다.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 건수 또한 지난 2017년 199억7000건에서 245억3000건으로 22.83% 늘어났다.
이에 캐피탈사에선 0%대 금리 상품까지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 캐스퍼를 전용 카드로 차량 가격의 1% 이상 결제하면 36개월 할부 기준 연 0.9%의 금리를 적용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월 3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 신차 할부' 상품도 출시한 바 있다. 일부 수입차 회사의 전속금융사도 특정 차종에 대해 무이자 할부 또는 0%대 금리 혜택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은행에 이어 플랫폼까지 등장…카드사들 울상
자동차 할부 시장의 매력도가 올라가자, 제1금융권인 인터넷전문은행도 자동차 금융시장에 진입했다. 케이뱅크는 이달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중 최초로 자동차 대환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올해 안에는 자동차 구매자금 대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앞세워 2금융권 자동차 금융 시장의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들 또한 자동차 할부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신차 카드 할부 결제 비교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토스는 7월중, 카카오페이는 이달 중으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대출 비교 플랫폼 '핀다'는 이미 지난 4월 핀테크 업계 최초로 자동차 리스 및 렌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통상 자동차 금융은 자동차 판매원(딜러)의 영향력이 커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시장으로 여겨져 왔는데, 핀테크 기업의 진출로 모바일에서 소비자가 한눈에 가장 좋은 조건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런 핀테크 기업의 자동차 할부 시장 진출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금리가 한눈에 보이니 편리할 것"이라면서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금리 경쟁에 더해 대출 중계 서비스처럼 일정 수수료를 핀테크 업체에 지급해야 할 수도 있어 수익 악화도 우려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본사업인 카드 수수료 부문에서 수익성을 찾기 어려운데, 핀테크 업체에 추가로 수수료를 지불할 경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58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7640억원 대비 23.38%(1786억원) 감소했다. 7개 카드사 모두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준 것이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만일 핀테크사들이 카드나 캐피탈사에게 수수료를 받게 된다면 결국 카드·캐피탈사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그만큼 금리를 올리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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