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만 40% 담은 ETF… 분산투자 취지 못 살리는데, 괜찮을까
펀드의 취지 중 하나는 분산투자인데,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일부는 특정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한 종목의 등락에 펀드의 수익률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염려되는 것이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계좌로 매입한 사실상의 단일종목 ETF다. 해외 대형 기술주 중심의 단일 종목 ETF는 퇴직연금 계좌로 직접 투자가 가능해, 장기 투자 목적으로 해당 ETF를 ‘풀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추후 연금 수령을 위해 ETF를 매도할 때 해당 종목의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일 종목 ETF의 높은 변동성은 이미 시장에서 여러 차례 감지됐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가 6.06% 하락하자, 국내 상장된 ETF 중 테슬라 비중이 높은 ETF의 수익률은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테슬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는 지난 27일 하루 동안 4.12% 내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0.03% 하락 마감한 데 비해 낙폭이 훨씬 컸다.
27일 기준 이 ETF는 구성종목으로 테슬라를 20.87%, ‘DIR DAILY TSLA BULL 1.5X ETF’를 22.11% 보유하고 있다. ‘DIR DAILY TSLA BULL 1.5X ETF’는 테슬라 주가 변동성의 1.5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를 감안하면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의 등락률은 사실상 테슬라의 주가 변동성에 40% 넘게 의존하는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도 같은 날 1.28% 내렸다. 이 ETF는 테슬라만 27.96%(지난 27일 기준)를 담고 나머지는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운 단일 종목 ETF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은 지난 1월 4일에도 하루 동안 2.89% 내렸다. 전날인 3일 테슬라가 12% 넘게 하락 마감한 영향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68% 오르며 장을 마쳤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서학개미주’로 떠오른 엔비디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ETF’는 지난 27일 기준 엔비디아를 29.63% 보유하고, 나머지는 국고채로 구성된 단일종목 ETF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엔비디아가 3.74% 하락하자, 다음 날인 27일 이 ETF는 1.01% 내렸다. 국내 주식형 ETF 중 엔비디아 비중이 23.26%로 제일 높은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도 같은 날 1.74% 하락했다.
특정 종목 구성 비율이 높은 ETF는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상품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ETF들이 과연 분산 투자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국내 상장되는 ETF 상품은 시가총액 상한 제한(CAP) 30% 룰을 따라야 한다. ETF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단일 종목의 ETF 구성 비중이 3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만큼 ETF의 분산투자 효과는 ETF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연금 계좌로도 테슬라 등을 ‘몰빵’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증권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변에 본인을 ‘테슬람(테슬라+이슬람)’이라고 소개하는 이가 있는데, 개인 자산은 물론이고 퇴직연금까지 테슬라로 쫙 깔아놨다고 해 놀란 일이 있었다”면서 “연금 계좌는 다른 자산과 달리 은퇴시점이 되면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단일 상품 투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계좌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는 주식 등 위험자산의 투자 한도가 70%로 제한되어 있는데,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단일종목 ETF의 경우 안전자산에 포함돼 이 종목만으로 안전자산을 채우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그럴 경우 테슬라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해야 하는 퇴직 연금 투자 목적과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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