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기로 강자' 동국제강의 탄소중립 해법 여기에
공장문을 나서자 30도를 넘나들며 후덥지근한 바깥 날씨가 상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기로에서 나온 1500℃ 쇳물이 철근이 되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동안 등줄기를 타고 흐른 땀이 옷을 적셨다. 제강공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바로 이 폐열을 재사용하는 작은 아이디어가 동국제강의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열쇠였다.
지난 27일 동국제강 봉강(철근) 생산량 275만톤 가운데 220만톤을 책임지는 인천공장을 방문했다. 이곳 공장의 연면적은 14만1550㎡(약 4만3000평)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연 1200만톤 수준인 국내 철근업계에서 생산량 2위를 자랑할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 각각 100톤·120톤 규모의 전기로가 있는 2개 압연라인을 통해 국내서 상용화된 모든 철근을 생산한다.
생산의 첫 단추는 철스크랩(고철) 하역이다. 인천공장과 맞닿은 북항부두에 국내와 일본·러시아 등지에서 수급한 고철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매년 240만톤의 고철이 이곳 공장을 거쳐 철근으로 거듭난다. 고철이 철근이 되는 여정의 시작은 전기로다. 120톤 규모의 에코아크전기로가 있는 1압연라인으로 향했다. 공정 초입에 거대한 전기로가 자리한 까닭에 들어서자마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고철이 쇳물이 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했다. 전기로에 고철을 담은 뒤 뚜껑을 닫고 3개의 흑연봉을 넣어 전류를 흘린다. 이때 발생한 강한 열에너지가 고철을 녹여 쇳물로 만든다. 흑연봉이 투입되자 고철과 함께 반입된 불순물이 고열에 녹는 과정에서 쇳물이 일렁이기를 반복했다. 공정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이 과정에 탄소절감의 첫 번째 노하우가 숨어 있었다.
보통 전기로는 날것 그대로의 고철을 장입한다. 동국제강은 투입 과정에서 샤프트라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예열 과정을 거치게 한다. 예열된 고철이 전기로에 투입되기 때문에 본공정의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인다. 일반 전기로는 본공정에서 뿜어져 나온 폐열이 곧바로 분출되는 구조지만, 에코아크전기로는 폐열이 샤프트 주변을 거쳐 빠져나간다. 샤프트가 폐열을 활용하도록 설계돼 효율적인 열 운용이 가능했다. 연속 장입 기능도 키웠다. 일반 전기로보다 30% 이상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은 압력기를 거쳐 반제품이 된다. 상온에서 보관되는 반제품은 단면의 한 변이 150㎜ 정사각형인 긴 막대기와 같은 형상을 한다. 반제품을 가열해 가늘고 긴 형태로 가공하고 이를 냉각하면 우리가 아는 철근이 된다. 상온의 반제품이 해당 공정에 투입되기 직전 구간에 인덕션 히터(induction heater) 설비를 구축해 예열 과정을 거치게 했다. 일반적인 철근 공정에서는 상온의 반제품에 곧바로 열을 가하지만, 이곳 공장에서는 인덕션 히터에서 붉게 달궈진 반제품이 투입되기 때문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줄어들게 된다.
이찬희 동국제강 인천공장 공장장(상무)은 "철강·제강업계는 공정 특성상 탄소배출을 낮추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회사의 스틸 포 그린(Steel for Green) 전략에 발맞춰 2018년 기준 90만톤이던 인천공장 탄소 배출량을 2030년 81만톤으로 10%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을 때만 하더라도 가능할까 싶었다"고 소회했다. 이어 "전기로 에너지 효율을 높인 뒤 최근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보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계획했던 2030년보다 상당시간 앞당겨 10%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기로는 고로(용광로) 대비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수준이다. 수소환원제철로 대표되는 철강업계 탄소중립 비전의 징검다리 성격이 짙다. 주요 철강사마다 전기로를 확대·도입하는 분위기다. 동국제강은 국내 최초로 전기로를 도입·운영한 회사다. 전기로 관련 기술력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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