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위기의 화학사 '환골탈태의 법칙'
[편집자주] 정유 및 화학 업계가 이중고를 맞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같은 변수에 글로벌 시황이 불안해졌다. 기술력을 갖춘 중국과 중동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 및 화학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변신에 안간힘을 쓴다.
SK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김준 부회장은 평소 주변에 이같은 언급을 자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은 단순 정유·화학 기업에 머물지 않고 이차전지, 재활용 플라스틱, 신재생 에너지 등을 포괄하는 '그린 에너지 & 소재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이같은 신사업 추진에 있어 당장의 실적보다는 5년, 10년 뒤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김 부회장의 지론인 셈이다.
업계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공급 과잉 및 중국·중동의 저가 물량 공세 속에 정유·화학 업계 대부분이 생존을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의 범용 화학 사업은 모두 끝도 모를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한 입으로 "미래를 위해 지금 신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신사업 투자 및 추진은 장기 플랜에 기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울산 콤플레스(CLX)에 5조원을 투자해 생산 제품·과정의 그린화를 이루고, 2030년 탄소 50% 감축 및 2050년 넷제로(탄소순배출 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신사업 분야 매출 비중을 지난해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2030년까지 매출 50조원 고지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성공의 힌트는 이차전지에서 찾을 수 있다. LG그룹은 25년이 넘게 이차전지 연구개발에 투자를 해왔지만, 사업이 흑자 궤도에 오른 것은 2020년대 들어서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이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한 이후에는 글로벌 최고 수준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140억원으로 LG화학 연결기준 전체 영업이익(3조원)의 40%에 달할 정도였다. 올해는 3조원 대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이후 7년간 매년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배터리 사업 부문(SK온)에 흔들림없이 투자하고 있다. 적자폭은 매년 커져 지난해 1조원을 넘길 정도였지만, 내년 흑자전환을 달성한 후 LG에너지솔루션의 길을 따라갈 게 유력하다. SK 관계자는 "이제는 SK온의 미래성이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긴 호흡으로 사업을 추진하되, 적극성은 더욱 끌어올리는 추세다. "더 늦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범용 사업에 얽매여 있다가는 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이차전지, 청정 에너지, 재활용 플라스틱 등 '그린 자산' 비중 70% 달성 목표를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겼다. LG화학은 2030년 배터리 소재 매출 목표치를 21조원에서 30조원으로 끌어올렸다.
한 화학사 고위 관계자는 "사업을 거의 환골탈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LG화학은 사업 구조조정 및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투자에서 밀리면 시장에서 생존 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금력과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살아남는 구간이기에 이를 장기적으로 뒷받침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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