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확 살아난다…법인세 이중과세 없앤 美·日 살펴보니

김응열 2023. 6. 2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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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선 한해 21만개 일자리 창출
2008년 배당금 이중과세 해소한 일본…기업 30%는 고용·투자 활용
트럼프 때 실타래 푼 미국…리쇼어링으로 작년 신규 고용 21만개
해외 배당금 유입, 국제수지 개선에도 기여…배당금 수지 홀로 흑자
"이중과세 해소한 리쇼어링 필요한 일…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이데일리 김응열 박순엽 기자] 해외 배당금 이중과세 문제 해소에 따른 자본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이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에 가져온 돈으로 기존에 계획한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하거나 신규 투자를 준비하면서 일자리 창출 및 설비 확충 등 적잖은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8일 전문가들은 4대 그룹 등 기업들의 해외 배당금 유입 증가가 국내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법인 배당금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국내 투자 계획이 있다면 지금 들여오는 게 맞다”며 “국내 재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제적인 공급망을 이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국에 투자한 게 아니라면 국내 투자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건 긍정적”이라며 “기업이 자금을 우리나라에 쓰고 그 효과가 고용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중과세 해소한 日…기업 30% “연구개발·설비투자·고용확충”

전문가들의 이 같은 낙관은 해외 배당금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해 리쇼어링과 국내 투자를 유도한 실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일본은 해외 유보 금액이 해마다 2~3조엔 이상 증가하자 일본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외에서 창출한 수익을 일본으로 들여올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에 이듬해 세제를 개편해 해외 자회사의 배당을 대상으로 익금불산입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일본도 해외 배당금을 본국 기업이 수령할 때 이중과세 문제가 있었으나 배당액의 95%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그 결과 일본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 규모는 2014년에 1996년 대비 5배 늘었고 국내환류 비율도 2009년 72.3%로 전년 대비 23.1%포인트 올랐다. 2010년에는 95.4%까지 늘었다. 2014년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 결과 기업들의 54.9%는 국내 들여온 배당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연구개발·설비투자(20.2%)와 고용관계지출(9%) 등 경제 활성화로 쓰겠다는 응답이 약 30%로 그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연구위원은 “일본의 해외자회사배당 익금불산입 제도가 일본 국내 경제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부터 이어진 美 리쇼어링…신규고용 작년만 21만개

미국은 현재 해외법인 배당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지만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7년 세제를 개편하면서 해외 배당금 조세 체계를 기존 거주지주의에서 원천지주의로 변경했다. 거주지주의는 국내 발생 소득뿐 아니라 국외 소득 등 전 세계 소득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반면 원천지주의는 국내 발생 소득만 과세 대상으로 삼는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은 이 같은 세제 개편을 통해 해외 유보 현금 중 약 77%가 자국으로 들어왔다.

미국의 자본 리쇼어링도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리쇼어링으로 만들어진 자국 내 신규 일자리가 21만495개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리쇼어링으로 창출된 일자리 숫자. (사진=리쇼어링 이니셔티브)
대만 역시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으로 자국내 투자를 유도했다. 대만 경제부는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리쇼어링 정책으로 266개사에서 1조727억대만달러(약 44조9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배당금의 이중과세 문제가 해소되면서 기업들의 국내 투자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국이나 중국 등 전 세계가 국내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해외 배당금 유입이 그러한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배당 포함 ‘본원소득수지’ 나홀로 흑자…경상수지 버팀목

해외 배당금 유입을 통한 자본 리쇼어링은 국제수지 개선에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누적 경상수지는 -53억7000만달러로 적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이전소득수지는 모두 누적 적자를 봤으나 해외 유입 배당금 등 본원소득수지만 132억2000만달러 규모의 누적 흑자를 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배당 이중과세를 해소한 리쇼어링은 굉장히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이런 식의 법인세 감면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응열 (keynew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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