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갑툭튀' 소송전에…복잡해진 셈법[마켓인]

지영의 2023. 6. 2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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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홍원식 잇따라 강타한 행동주의 감사
고액 보수·퇴직금 제동 걸고 남양유업 과징금 책임질 것 요구
일반주주는 호평, 실세 안 바뀐 상황에 사측은 ‘난색’
한앤컴퍼니도 행동주의 감사 소송전 ‘예의주시’
한앤코-차파트너스 관계구도에도 주목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으로 선임된 남양유업(003920) 감사가 홍원식 회장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회사 안팎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남양유업 내부에서는 아직 홍 회장 일가의 영향력 하에 있는 상황에서 감사가 회사를 대표해 소를 제기하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측에서도 경영권 분쟁 막바지에 터진 감사의 소송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 앞 모습. (사진=뉴스1).
홍원식 회장 잡기 나선 행동주의 감사...남양유업 사측은 ‘난색’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감사 심혜섭 변호사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21일 홍 회장을 상대로 두 차례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지난달 말에 제기한 첫 소송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이사 보수한도 결의 취소 요구로, 홍 회장이 받는 고액의 보수와 향후 받게 될 퇴직금 조정이 핵심이다. 두번째로 제기한 소송의 경우 홍 회장 재임 중 남양유업이 부담해온 과징금 및 벌금 등에 대한 손해배상, 위법한 의결권 행사를 근거로 수령 중인 보수와 예상 퇴직금 등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가 요지다.

일반 주주들 차원에서는 새 감사의 소송전을 반기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그동안 남양유업이 입은 손해를 일부 배상 받고, 고액의 이사진 보수 등을 조정하는 것이 사실상 회사 건전성 측면에서는 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이기 때문이다.

반면 남양유업 내부에서는 아직 ‘정식 실세’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가 잇따라 소송을 걸자 비상이 걸렸다. 상법 제 394조에 따르면 감사는 회사를 대표해 다른 이사에게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적 지위에 근거한 감사의 소송에 필요한 사안들은 모두 남양유업 사측에서 지원해야 한다. 다만 사측에서는 소송제기에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남양유업 측은 “주주 개인에게 제기한 소송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으나, 감사가 (소송을) 제기한 사안들은 회사가 내부규정에 따라 처리했던 사안들로 문제 없는 내용들이다”라고 말을 흐렸다.

(사진=한앤컴퍼니 홈페이지)
한앤컴퍼니도 행동주의 감사 소송전 ‘예의주시’...향후 관계 동향도 주목

한앤컴퍼니 측에서도 소송 행보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앤컴퍼니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감사선임 동향 등에 대해 일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양유업 지분을 공식적으로 넘겨받기 전까지는 개입할 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경영권 분쟁 종결이 사실상 임박한 상태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선임한 감사의 소송이 잇따라 터지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상고심에 대해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순 전 결론이 날 전망이다. 법조계 및 투자업계에서는 한앤컴퍼니의 최종 승소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한앤컴퍼니 임직원의 ‘불공정 투자 의혹’은 주식매매 관련 쟁점들과 별개의 사안으로, 사실 여부를 떠나 본 소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앤컴퍼니 차원에서도 감사의 홍 회장 손배소로 손해를 볼 것은 없는 상황이다. 통상 국내에서는 PEF가 직전 오너에게 경영상 책임으로 초래한 손해를 보전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받았던 숱한 과징금과 벌금, 경영권 분쟁 장기화 과정에서의 소모전 등을 감안하면 경영상 책임을 묻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잡음’이 불가피한 작업들을 주주 친화적 성향이 강한 감사가 선제적으로 진행한 측면도 없지 않은 셈이다.

특히 홍 회장이 경영에 개입해온 수십여년 간 남양유업이 부담한 과징금 중 일부는 곧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해지는 건들이 있다. 민법상 손배소 청구 가능 시점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다. 지난 2010~2011년 사이에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 우유·치즈·컵커피 등 제품 가격 담합으로 부과받은 거액의 과징금들은 이미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지났다. 크게 논란이 됐던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등의 경우 10년이 임박해 곧 소멸시효가 다가온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정식으로 넘겨받은 이후에는 관계가 미묘한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행동주의 감사가 제기할 추가 소송의 범주 혹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측이 앞으로 행동주의 전개 차원에서 제시할 주주환원 요구 등을 감안하면 전략적 협의가 불가피해서다.

한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업계에 이번 소송 내용 등을 묻고 다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지만, 추후에는 (경영권 분쟁이 정리되고 나면) 아마도 양사가 공동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고 평가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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