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해도 ‘공탁’만 하면 집유…거짓 반성문도 감형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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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학생 A씨는 지난해 2월 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학 동기 B씨 집에서 B씨와 함께 영화를 보며 술을 마셨다.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피해자의 상의를 벗긴 채 자위행위를 하고, 손으로 엉덩이를 만졌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고 아직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A씨가 피해회복을 위해 45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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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인적사항 몰라도 공탁 가능해져
“엄벌 탄원해도 공탁에 ‘감형’…피해자 상처”
‘무늬만 반성문’도 여전…직접 사과까지 따져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20대 대학생 A씨는 지난해 2월 밤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학 동기 B씨 집에서 B씨와 함께 영화를 보며 술을 마셨다. A씨는 B씨가 술에 취해 잠이 들자 피해자의 상의를 벗긴 채 자위행위를 하고, 손으로 엉덩이를 만졌다. 항거 불능 상태인 B씨를 준강제 추행한 혐의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준강제추행죄는 강간·강제추행죄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가 지난 1월 31일 A씨에게 내린 형량은 징역 6월에 2년 집행유예.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고 아직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A씨가 피해회복을 위해 45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법원에선 형량을 줄이려는 범죄자들의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A씨가 활용한 ‘형사공탁 특례제도(공탁제도)’이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 피해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과거엔 피해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아야만 공탁금을 낼 수 있어, 피해자가 합의를 원치 않으면 인적 사항 확인이 어려워 공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9일부터 피해자의 인적 정보를 몰라도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피해자들의 정보를 몰래 캐내는 등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취지였지만, ‘꼼수 감형’의 창구로 전락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속 호랑 활동가는 “저희가 지원하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서 공탁금을 받을 의향이 없고 엄벌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했는데도 ‘공탁한 점 등을 미뤄 양형을 결정했다’고 판결하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공탁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선고일에 알게 된 경우도 있다”며 “합의를 원치 않았는데 공탁으로 감형돼 상처를 입는 피해자들이 있다”고 했다.
반성문도 감형 창구다. 대법원 양형 기준 가운데 ‘진지한 반성’이란 항목이 포함된 걸 범죄자들이 감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출소 후 보복의사를 표했다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이모씨도 법원엔 반성문을 제출했다.
실제 온라인상에선 반성문 대필 서비스도 활발하다. 반성문 대필 비용은 범죄 유형과 경중에 따라 다른데, 성범죄는 1장당 7만~11만원으로 알려졌다. 대필업체들은 ‘성범죄반성문, 대필하기 전 꼭 알아야 할 것’과 같은 제목으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속 이소희 활동가는 “형식적으로 제출하는 반성문만으로 사과를 인정하는 것이 문제”라며 “실제 피해자에게 사과했는지 등까지 법원이 확인해 양형에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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