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의 전세사기 가담" 원천봉쇄 가능할까
"고양이에 생선" 우려 섞인 시선도…피해 줄이기 위한 장치 강화 주장도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공인중개사협회에선 일부 회원들이 불법 전세사기에 가담한다는 걸 인지해도 제재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없는 상황입니다. 전체 회원의 이익을 위해 협회가 적절히 조치할 수 있도록 권한이 필요합니다."
전세사기, 깡통전세와 역전세로 인해 전세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된 가운데 일부 공인중개사들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선 공인중개사협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8일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 주최로 열린 '역전세 등 전세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개선 토론회'에서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최인호, 김병욱,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경운 경희대 교수,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 박명주 한공협 정책특보, 김우철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 이장원 국토교통부 주택임차인보호과장 등이 참석해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 세미나는 올해 하반기 역전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회와 정부, 공인중개사와 협회의 역할을 되짚어 보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발제를 맡은 서진형 교수는 '전세 시장 동향과 입법 과제'를 주제로, 박명주 정책특보는 '전세피해 방지를 위한 개업공인중개사와 협회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박 특보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나타나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잇단 특별단속에서 공인중개사들이 빠지지 않고 사기의 주역이나 공범으로 등장해서다. 그는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가 급격히 줄고 수입이 급감하면서 중개시장 과잉 경쟁으로 인해 그렇게 (가담하게) 됐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호사협회에서 최근 소송 출석에 소홀한 변호사에게 1년 동안 정직 처분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공협도) 적절한 내부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로선 협회가 회원들이 불법 전세사기에 가담한다는 걸 인지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전체 회원의 이익을 위해 협회가 적절히 조치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협회에 제재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과연 전세사기 방지대책의 근본적 대처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권익보호단체가 소속 회원인 중개사 자격자를 국민적 눈높이로 엄격하게 제재하기 쉽지 않기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적역할·사회적 책임 제도화 필요…중개시장 수요관리 나서야
박 특보는 공인중개사들의 전세사기 가담 원인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과잉 경쟁을 꼽았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중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방지를 위해선 정부와 국회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특보는 "시장 상황에 맞게 공인중개사의 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배출 과잉으로 인한 불법행위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젠 정부가 중개업 시장 수요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공협의 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 제도화도 전세피해 방지 대책으로 제시했다. 현재로선 협회가 불법행위나 일탈을 저지른 회원에 대해 제재할 수 없으니 한공협을 법정단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 한공협의 전세피해 예방책으로 ▲윤리강령 제정과 윤리기구 설치 ▲공인중개사 교육강화 ▲손해배상책임보장 제도 개선 ▲부동산시장 감독센터 설치운영 등을 내놨다.
박 특보는 "중개 사고의 70% 이상이 업력 5년 미만 공인중개사에게서 발생한다"며 "앞으로는 폭넓은 습득기회 제공하고 철저한 수습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실무교육은 28시간에서 64시간으로 연수교육 12시간→15시간, 직무교육 4시간→8시간으로 늘릴 방침이다.
손해배상책임보장제도 개선에 대해선 공인중개사의 상대적 위험도에 따른 체계적인 공제료 할인·할증률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시장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부동산시장 감독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특보는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중개사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중개사들을 빠르게 탐지할 수 있다"며 "지역별로 1~2명의 공무원이 불법행위 전부 파악하긴 어렵기 때문에 유기적 협조 체제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세피해 줄이려면…최우선변제금 확대·전세금 상한제 도입
2021년 전세값이 높았던 시점에 맺었던 전세계약의 만기가 다가온 가운데 전세보증금 미반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 비중은 전체 전세 임대 가구의 4.1~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우철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은 "전체 임대차 계약 중 순전세는 320만가구"라며 "4%만 적용해도 12만가구가 전세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있다.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교수는 다양한 전세사기와 사고 유형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우선변제 적용범위와 최우선변제금 확대 ▲소액임차인 범위와 최우선 변제금 적용 기준시점 조정 ▲중개사에 선순위 임차인 확인 권리 부여 ▲전세금 반환 목적 대출 규제 완화 ▲전세금 상한제 도입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하나의 사후대책으로 최우선 변제금 적용 범위나 변제금액을 높여주고 범위를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며 "다만, 최우선변제금 금액을 높여주면 다른 채권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통해서 최우선 변제금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면 사후 문제 발생 시 임차인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인중개사는 선순위 임차인 현황 확인 후 세입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확인할 권리는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 교수는 "선순위 임차인을 확인해야 하는데 (중개사에게) 권리가 없는 실정이다. 현황 조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불합리한 부분인 만큼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금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서 교수는 "전세금 상한제를 도입해 집값의 70% 이하는 임차보증금으로 정하고 그 이상은 월세로 전환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전세보증금 반환과 전세금 반환 보험 가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전세보증보험'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혁 한공협 서울남부지부장은 "집주인은 전세보증보험이 가능하니까 보증보험의 최대한도에 맞춰달라는 요구를 한다.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했더니 다른 데에서 전세계약을 했다"며 "시세가 1억4천만원 수준인 집을 전세보증금 2억원에 계약했다. 매매가격보다 높게 전세계약을 하도록 유도하는 전세보증보험 제도에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신축빌라도 건축주는 감정가를 올리려고 논의하고, 임차인은 전세보증만 되면 안전한 줄 안다"며 "보증보험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장원 국토부 주택임차인보호과장은 "정부에서 최근에 낮춘 바가 있다. 올해 5월부터 대책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주택가격의 100%까지 허용에서 90%로 낮췄다"며 "아울러 올해 1월부터 빌라나 다세대주택의 전세사기 문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선 공시가격의 150%에서 140%로 낮춰 궁극적으로 공시가격의 126%까지 가입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임대인 등은 오히려 인정비율이 너무 낮아져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며 "최근 조정된 부분이라 시장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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