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닥쳤는데 물막이판 늑장 설치... 반지하 침수공포 [현장, 그곳&]

박주연 기자 2023. 6. 29.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천917가구 침수 우려 높은데... 물막이판 설치율 33%에 그쳐
풍수해보험가입도 15.3% 불과... 市 “예산 늦어 주민신청 차질”
28일 오후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는 침수 방지시설인 물막이판 등이 없이 방치해 있다. 박귀빈기자

 

“이번 장마는 비가 더 많이 온다던데... 집에 또 물이 들이닥칠까 봐 불안합니다.”

28일 오전 10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빌라단지의 한 반지하주택. 바닥에서 3~5㎝ 위로 창문이 나 있고, 낡은 벽에는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물이 차올랐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빌라단지 5곳의 반지하주택 창문에는 빗물을 막아줄 물막이판이 없다. 또 방범창도 침수 시 쉽게 탈출할 수 있는 개폐식이 아닌, 모두 일반 창뿐이다.

같은 시각 미추홀구 주안동의 반지하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대가 낮은 데다 인근에 대형 하수도관이 있어 빗물 역류 등으로 인한 침수 위험지역이지만, 창문과 출입문 등에 물막이판 등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장기서씨(71)는 “지난해 비가 많이 와 앞 동 반지하는 아예 물에 잠겼다”며 “구청에 물막이판 설치 신청은 했는데, 언제 달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반지하주택들이 여전히 장마로 인한 침수 위기에 노출해 있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역에는 반지하주택이 총 2만4천207가구가 있다. 시는 이 중 지난해 침수 피해를 본 406가구를 포함해 모두 3천917가구의 반지하주택이 침수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의 물막이판 설치는 현재 1천300여가구(33%)에 그친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인천에 3천400가구에 물막이판 설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시가 군·구를 통해 최근 580가구의 물막이판 설치 신청을 받았지만, 아직 200가구밖에 설치하지 못했다.

여기에 이들은 반지하주택에 물이 쏟아졌을 때 주민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개폐식 방범창 설치는 아예 1곳도 하지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예산이 이달 초 내려왔다는 이유로 아직 신청 절차에 그치면서, 설치 업체조차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반지하주택 주민들의 침수 피해 시 금전적 보상을 해줄 풍수해보험 가입도 더디다. 지난해 행안부는 인천지역에 6만5천359곳의 주택이 침수나 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 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풍수해보험이 필요한 것으로 봤지만, 현재 1만10곳(15.3%)만 보험에 가입했다.

국민의힘 김종배 인천시의원(미추홀4)은 “시와 군·구가 주민에게 신청을 받아 침수 피해 방지 시설 설치를 하다 보니 매우 늦다”며 “지금 상태로는 자칫 지난해처럼 침수 피해가 반복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예산 반영이 늦다 보니 주민 신청도 늦은 감이 있다며 “또 주민들이 신청을 잘 하지 않아 세부적인 설치 계획 확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최대한 침수 피해 방지 시설 설치를 서두르고, 취약 지역은 침수가 반복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jennypark308@kyeonggi.com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