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일 바다 보며 일하는 직장인들…"서로 모르지만 외롭지 않아요"
서울에서 2시간반을 달려 도착한 강원도 고성. 가족단위 휴양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아야진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름없는 한적한 바다 앞 눈에 띄게 깔끔한 건물 하나를 찾을 수 있다.
낡은 호텔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는 이 곳은 부동산 디벨로퍼 엠지알브이(MGRV)가 처음으로 휴양지에 선보인 '원격근무시설'이다. 서울 숭인동에서 시작해 신설, 동대문, 신촌 등 요지에 코리빙하우스를 공급해온 엠지알브이는 이 노하우를 반영해 지난 3월 '맹그로브 고성'을 오픈했다.
서울에서는 도심으로 출퇴근 하는 1인가구가 대상이었다면 '맹그로브 고성'은 워케이션족이 타깃이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보는 '워케이션'에 '코리빙' 생활방식을 녹인 게 특징이다. 1층은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워크라운지와 공용주방, 다이닝룸 등 공용공간으로 이뤄진 반면, 2~4층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개인공간으로 조성됐다. 5층에는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 테라스도 마련돼있다.
오후 1시쯤 도착하니 1층 워크라운지에는 이미 열댓명 정도 되는 직장인들이 한창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워크라운지에는 파티션을 갖춘 1인 좌석, 바다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쇼파형 의자, 대형 테이블로 이뤄진 오픈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업무공간이 마련됐다. 여러명이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은 물론 통화·화상회의용 방음부스도 갖춰졌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인이다. 신유빈 맹그로브 고성 매니저는 "IT, 디자이너, 광고마케팅, 브랜드기획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이곳을 찾는다"며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들인 만큼, 한달 가까이 장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워케이션족들이 호텔이나 리조트 대신 '맹그로브 고성'을 찾는 이유는 뭘까.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투숙객 이기연(32)씨는 이 질문에 "개인연구실에서 혼자 일할 때보다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능률이 오르는 편이라 일부러 공용공간이 있는 곳을 찾았다"고 대답했다. 이곳을 다녀간 또다른 투숙객도 방명록에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한 공간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피드백을 남겼다.
투숙객들은 이곳에서 '따로 또 같이' 생활하며 일상을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면 공용주방에서 토스트를 구워 다이닝룸에서 식사를 한다. 근무시간에는 워크라운지에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엔 근처 바닷가를 산책하거나 쇼파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이 과정에서 호텔이나 리조트에는 없는 '느슨한 교류'가 이뤄진다.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일상, 코리빙하우스의 생활방식이 워케이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씨는 "1인가구이다보니, 같이 지내고 같이 살 사람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그냥 어떤 '존재'가 필요할 때가 있다"며 "코리빙하우스에서 공간을 공유하는 기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에 안정감을 얻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원한다면 투숙객들과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도 있다. '맹그로브 고성'은 투숙객 간의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업무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을 활용해 다같이 일출·일몰을 보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하이킹·런닝 등을 즐기는 식이다. 필요에 따라 참여를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때로는 전용앱(APP)에 개설된 실시간 채팅방을 통해 투숙객들끼리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 씨도 "아침에는 다른 투숙객들과 일출을 보며 해변에서 요가를 했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같이 배낚시도 다녀왔다"며 "여러번 마주치다보니 친해져서 요며칠 간 매끼니를 같이 먹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워케이션족들을 겨냥한 코리빙하우스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코리빙 스타트업 로컬스티치가 경남 통영에서 코리빙하우스 '로컬스티치 통영'을 운영 중이며, 사무용 가구업체 데스커도 강원도 양양에 워케이션족을 위한 '데스커 양양 워케이션'을 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엠지알브이도 고성을 시작으로 제주 등 국내 다양한 휴양지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신 매니저는 "'맹그로브 고성'은 독보적인 업무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컨셉 하에 공간설계 단계부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며 "개인 숙박시설에서는 누릴 수 없는 이런 공간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사람들과 느슨한 연결을 통해 커뮤니티,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코리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고성(강원)=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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