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수출 전략 시프트 : 자본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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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등 굵직한 이슈를 논의한다.
그 테이블에 '해외 배당 비과세' 안건도 오른다.
미국도 2018년 해외 배당소득 과세 방식을 비과세로 바꿨다.
'자본 유턴'을 만들어낸 '해외배당 비과세' 같은 게 진짜 수출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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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출범 첫날인 5월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취임 축하 만찬에 불참한다. 대신 기획재정부 간부들과 도시락 회의를 갖는다.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등 굵직한 이슈를 논의한다. 그 테이블에 '해외 배당 비과세' 안건도 오른다. 그만큼 묵지한 주제였는데 2022년 세제개편안에 야심작으로 담긴다. 한국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의 95%를 비과세(익금불산입)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기업들의 줄기찬 요구에도 신중했던 정부의 태도 변화는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의 의지에서 시작됐다. '효과가 있겠냐' '현행 제도(세액 공제)로도 충분하다' 등 싸늘한 시선에 맞서 밀어붙였다. 글로벌 스탠다드만 봐도 안 할 명분이 없었다.
고 실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재정위원회 이사를 맡으면서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중 32개국이 비과세를 도입한 터였다. 미국도 2018년 해외 배당소득 과세 방식을 비과세로 바꿨다. 다국적 기업의 해외유보금이 본토로 돌아왔다.
부수 효과도 있다. 환율이다. 달러가 들어오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여력이 생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 급등 흐름 속에서도 외환당국이 조바심을 내지 않았던 배경엔 '자본 유턴'이란 믿는 구석이 있었다.
# 결과는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나타난다. 현대차그룹은 이달초 주요 계열사 해외법인의 올해 본사 배당액 59억달러(7조8000억원)을 유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도 올해 1분기에 해외법인 배당금 수익 8조4400억원을 국내로 들여왔다. 지난해 1분기(1275억원) 대비 급증한 숫자다. 이른바 '자본 리쇼어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배당소득 수지는 107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개월 만에 반짝 흑자(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배당소득 수지가 31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4월은 외국인 대상 배당이 많은 달이라 통상적으로 배당소득 수지가 적자인데 올해 적자폭(-5억5000만달러)이 지난해 동월(-35억9000만달러)보다 크게 축소된 것은 국내로 들여온 해외 배당소득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자본 유턴은 수출 부진을 상쇄하는 효자가 됐다.
# 수출 부진, 무역수지 적자, 경상 수지 적자…. 안 좋은 성적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수출을 최우선에 둔 정부의 고민은 깊다.
대통령은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수출 전략과 문제점을 직접 점검한다.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한다. 부처별 수출 목표가 숫자로 제시된다. 대통령 스스로 영업사원 1호를 자임한 만큼 전부처 장·차관도 세일즈맨으로 곳곳을 누빈다.
수출을 포기할 수 없는 한국경제 입장에선 당연한 행보로 읽힌다. 다만 환경·질서의 변화에 맞춘 새로운 '수출 전략'을 찾기보다 옛 방식(영업)만 되풀이하는 것은 안타깝다.
국경이 사라진 시대, 국내에서 나가는 물품의 수량과 금액만 따지는 것은 올드하다. 공장은 해외로 나간 지 이미 오래다. 자발적으로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물론 공급망 재편 속 비자발적으로 해외에 수조원짜리 공장과 법인을 만들 수밖에 없는 시대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는 멋지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발상의 전환, 전략의 시프트가 필요하다. 수출의 핵심은 결국 외화벌이니까.
수출 관리 지표를 경상수지, 수출 증가율뿐만 아니라 자본 유턴, 자본수지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지표가 바뀌면 전략·전술, 행동이 변한다. '자본 유턴'을 만들어낸 '해외배당 비과세' 같은 게 진짜 수출 전략인 셈이다. 영업만 돈 버는 전략은 아니다.
박재범 경제부장 swal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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