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 독무대된 대환대출 플랫폼… 소외되는 저신용자

박슬기 기자 2023. 6. 2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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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옥 기자
차주들이 금융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더 싼 이자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지난달 말 출시됐지만 고신용자들의 독무대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금융권을 이용하는 중·저신용자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1금융권으로 이동한 사례는 극히 일부에 그쳤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국민의힘·부산 동래구)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지난 9일까지 열흘 간 3844억원(1만1689건)의 대출이 이동했다.

업권별 이동 현황을 보면 은행에서 또다른 은행으로 이동한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해당 기간 1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의 이동은 3636억원으로 전체의 94.59%를 차지했다.

반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갈아탄 대출 금액은 147억원으로 3.82%에그쳤다. 2금융권간 대환대출은 1.22%(47억원),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한 대출은 0.36%(14억원)로 집계됐다.

이동 건수로 봐도 1금융권 간 이동이 9895건으로 전체의 84.7%를 차지한 데 반해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대출을 갈아탄 경우는 1042건으로 8.9%에 불과했다.

이미 기존에도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신용 차주들 중심으로 대환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대환대출을 통한 이자부담 절감 혜택이 저신용자에까지 폭넓게 미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1금융권 중 하나은행으로 갈아탄 금액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하나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은 금액이 1497억원, 건수로는 2865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규 대출 취급액 기준으로 우리은행이 762억원, 신한은행이 151억원, 농협은행이 142억원, 국민은행이 96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의 신규 대출이 가장 크게 늘었다. 토스뱅크 대출 신규취급액은 88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어 카카오뱅크는 469억원, 케이뱅크가 69억원을 기록했다.

대출건수 기준으로 보면 5대 시중은행과 3대 인터넷전문은행을 합쳐 토스뱅크가 35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하나은행이 2865건, 우리은행 1416건, 카카오뱅크가 1266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저신용자 연체부담 완화를 위한 대환대출 취지가 무색하다"며 "대환대출 취지대로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 이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금융권에서 1금융권으로의 대환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대환대출에 대해 예외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7월부터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 규제를 받는데 1금융권에선 40%, 2금융권에선 50%를 적용받는다.

이미 DSR 규제 한도를 채운 차주들은 신규 대출계약을 할 수 없어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더 싼 이자의 대출 상품으로 아예 갈아탈 수 없다. 이 때문에 DSR 한도를 넘긴 차주들이 더 싼 이자의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DSR 규제를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최근 역전세 공포 확산으로 정부가 전세금 반환 목적을 위한 대출을 받을 때 DSR 규제를 완화키로 한 데 이어 대환대출에도 DSR 규제를 예외적으로 풀면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등도 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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