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2] 이탈리아의 길거리 서민 음식
각종 미디어에서 종종 소개하는 피렌체의 대표적 샌드위치가 있다. 샐러리, 당근, 양파, 적포도주를 넣고 끓인 송아지 내장을 무염빵 사이에 끼워 먹는 ‘람프레도토(Lampredotto)’다. ‘중앙시장(Mercato Centrale)’ 내부와 시내 몇 군데 알려진 맛집이 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오라치오 넨치오니(Orazio Nencioni) 셰프가 운영하는 푸드 트럭 ‘트리파이오 델 포르첼리노’다. 과거 근처에 있던 돼지 시장을 기념하는 멧돼지 동상 ‘포르첼리노(Porcellino)’와 샌드위치의 주재료인 내장(Trippa)을 합쳐 상호를 만들었다. ‘피렌체의 맛’으로 알려져 많은 손님이 찾는다.
이탈리아 본토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시칠리아섬에서는 더 값이 싼 부속 재료도 섞어서 사용한다. ‘파니카 메우자(Pani câ meusa)’라고 부르는데, 직역하면 ‘빵과 지라(비장)’라는 뜻이다. 양, 곱창, 허파, 지라와 같은 송아지의 각종 부속물에 허브를 넣고 삶아서 참깨를 뿌린 부드러운 빵에 끼워 먹는, 대표적 서민 음식이다. 부속 부위를 삶는 냄비는 항상 천으로 덮여 있다. 손님은 냄비 속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예의다. 그래서 주문할 때마다 어떤 부위가 얼마나 섞일지 모른다. 매번 조합이 살짝 다른 맛이 재미있다.
주문하면 셰프가 물어본다. “싱글(schettu)이냐? 기혼(mariatu)이냐?” ‘싱글’은 그냥 먹는 방법, ‘기혼’은 치즈를 추가하는 조건이다. 치즈는 표주박 모양의, 이탈리아 남부 지방 산 카초카발로(caciocavallo)를 사용하는데, 각종 부속 고기와 어울려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먹기 직전에 레몬을 살짝 뿌리는 것이 핵심이다. 레몬은 살짝 쓴 지라의 맛과 부속 고기의 냄새를 잡아준다.
부속 고기를 이용한 요리는 여러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난한 지방에서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드는 길거리 음식은 언제나 현지인, 그리고 방문객들을 위한 ‘솔 푸드(soul food)’로 다가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朝鮮칼럼] 이 대표의 민주주의 對 재판부의 민주주의
- [태평로] 6개월 되도록 연금 논의기구도 못 만든 국회
- [데스크에서] 한국은 ‘트럼프 취약국’ 아니다
- [김윤덕이 만난 사람] 끝나지 않은 ‘정율성 공원’… 민주화 聖地가 왜 6·25 전범 추앙하나
- 페이커로 본 리더의 자격 [여기 힙해]
- [민태기의 사이언스토리] CQD와 SOS… 타이태닉 침몰엔 과학이 숨기고 싶은 얘기가 있다
- [조용헌 살롱] [1470] 일론 머스크의 神氣
-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37] 패자의 승복
-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5] 가을
- [기고] 자녀 많으면 배우자 상속세 늘어나는 불합리 바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