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줄줄이… 라면·과자·빵 “내리겠습니다”
라면·과자·빵 값 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27일 농심·삼양식품이 라면·과자 값을 내리겠다고 했고, 28일에도 다른 식품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나섰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밀가루와 라면 등 제품 가격 인하를 요청한 데 이어 소비자단체까지 가세하자 식품업체들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이다. 라면이나 과자·빵은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한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7.3% 올랐다. 이 중에서도 빵(11.5%), 라면(13.1%), 스낵·과자(10.5%) 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라면·과자·빵 값 일부 인하로 작년부터 오르기만 했던 가공식품 물가 안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업체들이 그동안 제품 가격을 올린 만큼 충분히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라면·빵·과자 값 줄줄이 인하
28일 오뚜기는 다음 달부터 15개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린다고 밝혔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스낵면(5개 묶음) 가격은 3380원에서 3180원으로 5.9% 내려간다. 참깨라면(4개 묶음)은 4.3%, 진짬뽕은 4.6% 가격이 내려간다. 각각 200원, 300원 떨어지는 것이다. 팔도도 일품해물라면·왕뚜껑봉지면 등 11종 라면 가격을 평균 5.1% 내리겠다고 했다. 앞서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소매가격을 각각 50원, 100원, 삼양식품은 라면 12종 가격을 평균 4.7% 내린다고 했다.
제과·제빵업계도 대표 상품 가격 인하에 나섰다.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는 다음 달부터 빠다코코낫·롯샌·제크 등 과자 3종 가격을 평균 5.9%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편의점 기준으로 1700원에서 1600원으로 100원 낮아진다. 해태제과도 소매점 기준으로 대표 크래커 제품인 아이비 오리지널 가격을 300원 내린다.
빵 가격도 낮아진다. SPC는 7월 초부터 파리바게뜨와 SPC삼립이 파는 빵 30여 개의 가격을 평균 5% 내린다고 발표했다. 파리바게뜨는 식빵과 바게트 등 10종, 봉지 빵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SPC삼립은 식빵류와 크림빵 등 20종에 대해 제품별로 100~200원씩 가격을 내린다. 파리바게뜨의 정통 바게트는 3900원에서 3700원으로, SPC삼립의 정통 크림빵은 1400원에서 1300원으로 가격이 낮아진다.
◇”인상은 대폭, 인하는 소폭” 생색내기 비판도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하 방침에 소비자들은 환영하면서도 일부에선 “제품값 인상 때는 큰 폭으로 올리더니 내릴 때는 찔끔 내려 생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품을 특정 품목에만 한정한 것도 미흡한 부분이라는 비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농심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9월 신라면 10.9%, 너구리 9.9% 등 라면 26개 품목 가격을 올렸는데, 이번엔 신라면만 인하 대상에 포함했고 인하 폭도 인상분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했다. 협의회는 또 “삼양식품도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불닭볶음면은 가격 인하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국내 라면 매출의 절반, 수출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볶음면의 경우 국내 가격이 해외 수출 가격과 연동되기 때문에, 국내 가격을 내리면 해외 수출에도 타격이 너무 커 제외했다”고 말했다.
오뚜기와 팔도도 이번 가격 인하 품목에 자사 대표 상품인 진라면과 왕뚜껑 용기면은 포함하지 않았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라면은 2010년부터 10여 년간 가격을 동결해 왔고 현재 판매 가격도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 제외했다”고 말했다. 팔도 관계자도 “작년 국내 라면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물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일부 품목에 대해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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