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따르는 여인의 튼튼한 팔… 일상서 가장 많이 쓰는 ‘위팔노근’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3. 6.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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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속 의학] [67] 페르메이르 ‘우유를 따르는 여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년). 그는 일상생활을 하는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화폭에 자주 담았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우유를 따르는 하녀>다. 페르메이르가 28살 때 그렸다. 그림은 성실히 일하는 여인의 일상을 카메라로 순간 포착한 듯한 느낌을 준다. 폴란드 시인 심보르스카는 이 그림을 두고 “하루 또 하루 우유를 따르는 한, 세상은 종말을 맞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묵묵히 이행하는 노동의 신성함을 찬양한 것이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우유 따르는 여인〉그림 속 여인의 왼쪽 팔뚝 튼실한 근육이 부단한 노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그 묵묵히 이어진 노동은 여인의 왼 팔뚝에 도드라진 위팔노근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유 주전자를 받치고 있는 여인의 팔뚝에 위팔노근이 튼실하게 불거져 있다. 위팔노근은 위팔뼈 바깥쪽에서 시작되어 아래팔뼈 바깥쪽인 노뼈에 달라붙은 근육이다. 서적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의 저자 이재호 계명대의대 해부학 교수는 “위팔노근은 ‘맥주잔을 드는 근육’이라는 별칭이 있듯이 엄지를 위쪽으로 한 상태에서 팔꿈치 관절을 굽히려고 할 때 쓰는 근육”이라며 “대개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담당하고 있어서 ‘생활 근육’이라고도 하는데, <우유를 따르는 하녀>에서 그 의미가 상징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우유 여인의 튼실한 위팔노근은 그만한 노동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위팔노근을 쉼 없이 사용하다 보면 탈이 날 수 있다. 이재호 교수는 “위팔노근에 염증이 생기면 주먹을 쥐거나, 물건을 잡을 때 통증이 생긴다”며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인부, 빨래 짜기, 걸레질 등의 가사노동을 많이 하는 주부, 아이를 자주 안아야 하는 보육교사 등에게 위팔노근 염증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평소에 위팔노근을 단련하려면 수직 방향으로 아령을 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근육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활기찬 삶은 근육 수고 덕이다. 분명코, 가만히 앉아서 우유를 받아 마신 사람보다 매일 우유를 따른 여인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살았을 것이다.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는 것을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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