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0] 한음
‘주역’ 61번째 괘 중부괘(中孚卦)는 믿음이 주제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정치 지도자가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는 문제다. 괘 모양을 보면 가운데[中]가 비어 있어 허심(虛心)을 뜻하는데 이는 사사로움이 없음을 상징한다. 사사로움이 없을 때라야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참된 믿음[孚=信]을 줄 수 있다.
한 괘는 6효(爻)로 되어 있는데 맨 위는 상왕(上王)에 해당한다. ‘주역’에는 64괘가 있으니 상왕의 처지에 대한 진단이나 행동 지침을 제시한 것이 64가지나 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역’ 첫째 괘인 건괘(乾卦) 중에서 맨 위에 있는 효에 대해 주공(周公)은 이렇게 말을 달았다. “항룡유회(亢龍有悔)” 즉 끝까지 올라간 용은 후회할 일이 늘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를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분은 귀한데도 그에 맞는 자리가 없고 상징적 지위는 임금보다 높은데도 다스릴 백성이 없으며 뛰어난 신하가 많아도 그들에게 아무런 보필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후회할 일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제 중부괘 상구(맨 위에 있는 양효)에 대한 주공 풀이를 보자. “새 날갯짓 소리[翰音]가 하늘로 올라가니 반듯해도 흉하다.” 한(翰)이란 닭이나 오리처럼 날지 못하는 조류의 날갯짓을 뜻한다. 주공이나 공자는 대부분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처해도 “마음이 반듯하면 허물이 없다”는 식으로 위로하듯 말하는데 여기서는 “반듯해도 흉하다”고 했다. 날지도 못하는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를 저 하늘 높이 올려 보내려 하니 이보다 큰 거짓됨이 있으랴! 게다가 반듯해도 흉한데 심지어 반듯하지 못하다면?
상왕은 오늘날 전직 대통령이다. “잊힌 사람이 되겠다”고 하고서 틈만 나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닭 날갯짓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한 전직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무더위만 짜증을 더하는 것은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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