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AI 손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자

기자 2023. 6. 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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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자주 듣는 이야기다. 나는 반대로 말하고 싶다. 기계가 잘하는 일을 알자고 말이다.

김태권 만화가

인간이 더 잘하는 일을 찾아 그 일에 시간을 쏟자고들 한다. 좋은 이야기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더 잘하는 일이 앞으로 뭐가 남을까? 몰라서 묻는다. 기술의 발전은 속도도 빠르고 방향도 예측하기 어렵다. 몇 해 전만 해도 기계가 바둑으로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기계는 시를 못 쓰고 창작을 못할 거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예측이 이렇게 어렵다. 불확실한 예측에 나의 미래를 걸어야 하나.

“유머는 인간 최후의 영역”이라는 유머가 있다. 정말? 독일의 연구자들이 챗GPT가 만든 농담 1000여개를 분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유머는 아직 인간이 나은가 보다. 챗GPT는 25개 유형을 바꿔가며 말장난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령 내가 인공지능보다 웃기는 농담을 한대도(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 농담을 100개씩 뽑아야 한다면 챗GPT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기계와 인간 중 누가 일을 잘하나? 산업 전체를 보면 의미 있는 질문이다. 대답도 얼추 나왔다. 멀리 보아 대부분의 분야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다. 그런데 창작자 개인만 보면 다르다. 기계와 인간의 일 솜씨를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자. 나는 밑그림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완성하는 손재주는 그저 그렇다는 소리를 듣는 만화가다. 그런데 요즘 나는 밑그림을 인공지능에 맡기고 완성을 내 손으로 한다. 저작권 제도의 보호를 받으려면 그림 완성은 사람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밑그림은 기계에 맡겼다). 인간이 잘하는 일이라도 기계를 시키는 편이 낫거나, 기계가 잘하는 일이라도 인간이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기계가 잘하는 일을 찾자는 말은 기계와 인간의 솜씨를 비교하자는 뜻이 아니다. 일할 때나 창작할 때나 기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자는 의미다. 나는 자주 챗GPT를 쓴다. 역사 인물에 대해 쓰고 그리는 것이 나의 일이다. “역사 인물 아무개에 대해 평가해줘”라고 요청하면? 기계의 대답은 그저 그렇다. 질문하는 말, 프롬프트를 바꿔보자. “역사 인물 아무개에 얽힌 논란 몇 개를 보여줘”라거나 “아무개의 인생에서 결정적 일곱 장면을 보여줘”라고 요청하면 대답이 그럴듯하다(영어로 묻고 답해야 좋다). AIPRM이니 웹챗GPT니 기계에 일 시키는 프롬프트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들이 이미 많다.

인간이 잘할 일을 찾자는 말은, 기계가 못할 일을 찾자는 뜻 아닐까. 그러지 말고 기계가 잘하는 일을 찾아, 기계에 더 많은 일을 맡기자고 나는 주장한다. 그렇게 해야 인간 각자가 구명도생할 세상이 오기 때문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도록 바쁘다”는 옛날 농담이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손을 빌려야 살아남는” 바쁜 세상이 될 터이니.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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