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폭 인상 찔끔 인하, 라면 가격 조정 불만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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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과 삼양라면이 다음 달부터 라면값을 내리기로 했다.
삼양라면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린다.
석유나 농산물과 달리 공산품 가격은 인상 요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인하 요인이 생기더라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원자재나 원재료 가격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아 제품 단가에 거품이 낀 항목이 비단 라면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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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과 삼양라면이 다음 달부터 라면값을 내리기로 했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 소매가 기준 신라면은 봉지당 1000원에서 950원으로, 새우깡은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바뀐다. 삼양라면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린다. 오뚜기 등 다른 라면과 식품업계도 속속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 원료인 밀의 국제가격이 지난해 50% 안팎 수준”이라며 가격 인하를 권고한 지 9일 만이다. 지난해 9~10월 라면 회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밀가루 단가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며 평균 10% 값을 올렸다. 이번 인하폭은 당시 인상폭의 절반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5~6%까지 치솟던 물가상승률이 최근 3% 초반으로 진정세에 접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이 수치를 여전히 뛰어넘는다. 근원물가(가격 변동이 큰 원자재와 농산물 제외)가 4%대로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피자(12.2%) 커피(12%) 빵(11.5%) 햄버거(10.3%) 같은 주요 먹거리 상승세는 지금도 가파르다. 김치찌개(8.6%) 김밥(7.4%) 냉면(7.2%) 칼국수(6.5%) 등 외식물가도 고속 인상됐다. 운동경기관람료(11.7%) 세탁비(11.3%) 등은 최근 인상률이 두 자릿수다. 식초(31.8%) 물엿(22.7%) 어묵(19.7%) 참기름(14.4%)등 라면보다 상승률이 높은 가공식품은 14개나 된다. 빵 과자 아이스크림에 영향을 줄 우유 역시 가격 인상이 예고되어 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을 부당한 개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1998년 IMF 사태 때 급격한 환율 인상으로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 수입단가가 크게 올랐고 이에 맞춰 국내 제과·제빵·식료품 가격이 폭등했다. 환율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양은 줄고 값은 배가 된 과자는 포장과 가격 골격이 그대로다. 석유나 농산물과 달리 공산품 가격은 인상 요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인하 요인이 생기더라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식품업체 가격 인하도 이번이 13년 만이다. IMF 못지 않은 코로나19 위기 때 매출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가 이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팍팍한 서민 살림살이는 더 고달파진다.
안 그래도 올 들어 전기 가스 등 연료비와 택시 등 교통비가 줄줄이 올랐다. 공공요금 외 서비스요금이나 생필품 가격마저 치솟으니 물가가 하향 안정세라는 정부 발표를 좀처럼 실감하지 못한다. 원자재나 원재료 가격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아 제품 단가에 거품이 낀 항목이 비단 라면만 아닐 것이다. 기업간 담합이나 유통구조 왜곡이 없는지 정부는 잘 살펴야 한다. 업계에서도 적정 이윤과 적정 가격을 유지하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과도한 욕심은 소비 저항을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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